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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잊혀진 보건 위기

2023.08.31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분쟁의 그림자 속에서 10년째 지속된 보건위기와 씨름하고 있다. 5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의료서비스 접근이 불가하고 기대수명은 54세를 조금 웃돈다. 수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 및 인도주의적 단체들에 더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와 지역사회는 묻게 된다: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바쿠마(Bakouma) 2차 병원 안뜰에서 만난 루이즈 마리 사비오(Louis-Marie Sabio) 교수는 방가수(Bangassou) 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로 활동했었고 2023년 초부터 바쿠마 2차 병원 관리를 맡고 있다. 이 병원은 음보무(Mbomou) 북서부 은자코(Nzacko) 근방 불안정한 지역에서 수술후합병증을 다루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치 진공 상태에 빠진 것처럼 느꼈습니다. 12년 동안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보건 보조인력으로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병원’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군요. 여기에는 전기도, 구급차도, 매트리스가 딸린 침대도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도착했을 때는 체온계, 혈압 측정계, 맥박산소 측정기, 포도당 측정기도 없었어요. 약국도 텅 비어 있었죠.” _루이즈 마리 사비오(Louis-Marie Sabio) / 국경없는의사회 바쿠마 병원 책임자

매트리스 없는 침대가 놓인 바쿠마 2차병원 전경, 2023년 3월. ©JULIEN DEWARICHET/MSF

바쿠마 병원과 같은 2차 병원은 원래 보건지소 및 보건센터, 지역병원보다 전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사비오 교수가 있는 이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진료조차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은 텅 비어 있고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다. 병원 규모에 맞지 않게 환자는 10명도 안 된다. 복도와 병동에는 닭들이 망가진 체중계와 녹슨 테이블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환자들은 사비오 교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비오 교수는 병원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이 병원에는 총 18명 인력이 있는데, 의료 훈련을 받은 사람이 저뿐입니다. 제한된 기술적 자원 때문에 병원의 기본적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없어서 초음파나 엑스레이 촬영을 할 수 없죠. 수술실에는 전구 두 개를 켜기 위한 작은 태양 전지판만 있고, 그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거기 뭐라도 있길 희망하며 지역 시장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_루이즈 마리 사비오 / 국경없는의사회 바쿠마 병원 책임자

심각한 보건 상황

이렇게 의료시설에서 물품·인력·지원이 부재한 상황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보건부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의료시설은 절반 미만이고, 인구 만 명당 의사 수는 0.6명으로 인구대비 의사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 및 무장단체 간의 폭력 사태는 대규모 위기를 초래했고, 그 결과로 6백만 시민 절반 이상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평균 기대수명은 고작 54년이다. 임부는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 탓에 사망 또는 심각한 질병 위험에 노출된다. 아동 사망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약 2,800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인력이 활동하는 곳으로, 전 세계 75개국을 통틀어 최대 규모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국가 중 하나다. 대부분 현지에서 고용된 인력은 가장 소외된 지역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 당국과 지역사회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음보무 지역에서는 소규모 외곽 보건지소부터 그리스 전체 면적만큼 큰 지역에서의 유일한 전원 시설인 방가수 지역 대학 병원(HRUB)까지 총 15개의 의료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2013-2014년 국가를 뒤흔든 대규모 폭력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음보무 지역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라리아, 설사, 호흡기 질환 등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아동 질병 치료에 필요한 필수 장비 및 백신, 의약품을 이동진료팀을 통해 지역 의료시설에 제공하고 있다. 보건인력에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위독한 환자는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제공되는 방가수 병원으로 이송을 지원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수준에서 의료서비스를 강화하여 지역내 사망률을 낮추는 것입니다.” _펠레 코소 가웨(Pelé Kotho-Gawe) / 국경없는의사회 방가수 이동 활동 간호 관리자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원 공백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폭력 사태가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인도주의적 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보건시설의 물·전기 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대규모 보건 위기를 심화시키는데, 이는 국경없는의사회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음보무 지역 도로 위에 위치한 한 보건지소내 분만실의 낡은 금속 탁자 ©JULIEN DEWARICHET/MSF

현재 직면한 현실 속에서 할일에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설사를 앓는 아이를 치료해도 시추공(borehole)을 설치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처리되지 않은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말라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말라리아 검출률이 90%에 육박하는 보건소들에서 아동 대상 무상 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 내에 예방조치 또는 모기장 배급을 위한 노력이 전무하죠. 가끔 다른 기관이 방문할 때도 있긴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주 여기에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느낍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_펠레 코소 가웨 /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활동 간호 관리자

지속되는 위기를 비추는 거울, 방가수 병원

이렇게 우리밖에 없다는 느낌은 보건지소에서 보건센터까지 지역 깊숙이 들어가볼수록 더욱 강화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없이는 약국 재고가 고갈되고, 부모는 자녀를 위한 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며, 여성은 숙련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출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방가수 병원이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방가수 병원은 모든 합병증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자 마지막 희망이다. 즉, 다른 곳에서는 치료받거나 약을 구할 수 없는 탓에 환자들이 이 병원에 밤낮없이 찾아오고 있고, 일부는 병원에 오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험난한 지형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한다.

4세 가이(Guy)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소년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그의 부모는 집 근처 병원에 인슐린이 없어 바오(Bao)에서 방가수까지 100km 넘게 이동해 가이를 이 병원으로 데려왔다.  

갓 태어난 아기 르네(René)는 기존에 국제 비정부기구가 운영한 영양실조 예방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중증 영양실조로 인해 집중치료실에 세 번째로 입원했다.

급성 영양실조로 방가수 병원에 3번째 입원한 아동 환자와 그 보호자 ©JULIEN DEWARICHET/MSF

20세 패니(Fanny)는 130km 떨어진 바쿠마 지역에서 이송되었는데, 사비오 교수를 비롯한 바쿠마 병원 팀에게는 등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약품과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 교육에 참가하기 위해 방가수 병원에 방문한 사비오 교수는 환자를 떠올리며 상황을 설명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패니같은 환자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병원의 상태는, 보셨다시피, 전원 대상이 아니어야 할 환자도 방가수로 보낼 수밖에 없어요. 때로는 환자 상태를 안정시키지도 못하고 환자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송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구급차가 없어서 아기를 오토바이에 태워서 방가수로 긴급이송해야 했습니다. 아기 상태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보냈고, 결국 아기는 출발하고 몇 킬로미터 가지 못해서 오토바이 위에서 죽었습니다.”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인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보건 상황은 충격적이지만,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부족도 그만큼이나 충격적입니다. 위기의 규모와 충격적인 통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역경은 지역 밖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인도주의적 재원은 수요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치안 불안정이나 물류 제약 이유로 비정부기구들도 도움이 가장 절실한 지역에 항상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모두 어디에 있는 겁니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 남아있는 상황에 익숙해져서는 안 됩니다.” _르네 콜고(René Colgo) / 국경없는의사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현장 책임자

극단적인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속돼 모든 이가 움직일 필요가 있게 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변화를 야기해야 할 때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관련 주요 통계 현황

  • 인구 610만 명 중 인도주의적 구호 및 보호가 필요한 인구 340만 명
  •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모성 및 영유아 사망률
  • 전력을 공급받는 인구 비중은 14%에 불과하며, 대부분 도시에 집중돼 있어 도시외 지역 전기 접근성을 가진 인구는 1.5%
  • 깨끗한 물 접근 가능 인구 30%
  • 포장도로 비중 전체 도로의 2.5%(전체 25,000km 중 600km가 포장도로)
  • 주민 1만 명당 의사 수 0.6명에 불과하며, 이는 지역 평균 1.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
  *출처: Reliefweb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보건시설 총 1,166개 (병원부터 소규모 보건지소까지 포함)

음보무를 포함한 보건구역 6의 총면적이 134.284 km²로 그리스 또는 니카라과와 같은 국가의 전체 면적 수준

  *출처: WHO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잊혀진 보건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