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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의 결핵 : 환자들의 이야기

2012.10.24

자파르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가다

12세의 깡마른 소년 자파르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하고 마치톤 병원(Machiton hospital)의 약제내성 결핵 병동에 있는 자신의 병실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수술용 마스크에 재빨리 손을 뻗었다.

타지키스탄 일부 결핵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감염 통제책은 심지어 의료진들도 잘 시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동에서는 이러한 감염 통제책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자파르의 형제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지난 1월, 그의 어머니도 다제내성 결핵으로 사망했다. 자파르는 예전에 결핵 치료를 받았지만 치료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3개월 전, 열과 마른 기침, 체중 감소 증세를 보이며 다시 입원했다. 분석에 필요한 객담을 뱉어내기 어려워하는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달리 자파르는 충분한 양의 객담을 뱉어냈고 다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다.

자파르의 치료는 잘 진행되고 있다. 관절 통증과 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체중이 늘고 있으며 약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폐 한쪽이 큰 손상을 입었지만 더 이상 숨이 가쁘지 않고 언젠가 다시 운동을 할 꿈에 부풀어 있다.

치료에 대해 질문하자 자파르는 활기를 띠며 1일 복용량을 손가락으로 세면서, “흰 알약 3개, 노란 약 2개, 빨간 약 1개, 갈색 캡슐 2개, 과립제 1봉지와 주사를 맞는다” 고 말했다.

다음날, 병원 의료진들은 자파르가 집으로 돌아가서 외래환자로 나머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었는지 결정할 것이다. 자파르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그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자파르가 퇴원하게 되면 국경없는의사회는 필요한 모든 약을 제공할 것이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훈련 받은 공동체 간호사가 매일 자파르를 방문해서 약을 복용시키고 주사를 놓고 진전 상황을 모니터할 것이다.

자파르는 휴대폰을 가지러 병실을 가로질러가서는 보고 싶은 여동생의 사진을 보여주며 “곧 같이 축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지키스탄 두샨베(Dushanbe) 병원에서 다제내성 결핵 아동 환자를 진료를 받고 있다.나디라의 이야기: 결핵과 가계도

나디라(Nadira)는 각각 3살과 4살 난 아들과 두샨베(Dushanbe)에서 40km떨어진 산촌에 살고 있다. 세 명 모두 결핵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중 두 명은 약제내성 결핵에 걸렸다. 수도에 있는 결핵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와 간호사, 상담원들의 치료를 5개월간 받은 후, 가족들은 최근 집으로 돌아가서 외래환자로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나디라의 여동생 굴나라(Gulnara)와 두 아이도 다제내성 결핵을 앓고 있다. 굴나라의 7살 난 딸은 작년 결핵과 뇌수막염이라는 치명적인 조합으로 사망했다. 결핵은 나디라의 대가족을 휩쓸었다. 한 지붕 밑에 사는 다세대 대가족은 타지키스탄에서 아주 흔하다. 아동이 두샨베 인근 결핵병원에 입원하면 상담원의 첫 번째 임무는 가계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아동이 어떤 경로로 질병에 감염되었는지 그리고 누가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디라의 경우, 여동생 무하바트(Muhabbat)가 결핵에 걸린 남편의 친척 아이를 집에서 지내게 했던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이 아이는 이후 두샨베에서 온 어머니와 함께 돌아갔는데 두샨베에서 이들은 도시 시장에서 일하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갔다. 돌아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녀의 어머니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소녀 자신도 결핵에 걸렸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나디라의 5남매 중 4명이 결핵에 걸렸고 무하바트와 세이라(Shoira)는 결핵으로 사망했다. 나디라의 오빠는 결핵에 걸렸지만 회복했고 청소년인 조카 2명은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총 11명의 가족이 결핵에 걸렸다.

타지키스탄에는 나디라와 같은 상황에 처한 가족이 수없이 많다. 이들은 질병에 대한 뿌리 깊은 낙인과 많은 사람들이 유전병이고 치유 불가능한 병이라고 믿는 결핵과 힘들게 싸우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진단을 받은 아동들의 접촉 경로를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아동들은 종종 복잡한 친족 관계를 풀 방법을 제공하면서 나디라와 같은 대가족의 시작점 역할을 하며 질병에 걸린 사실도 모르고 치료도 받지 못할 수 있었던 소외된 결핵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

환자는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가족 중 두 명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한 달치 약을 제공 받았다. 타지키스탄에서는 탄탄한 가족 유대를 바탕으로 대가족 생활을 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들 중 여러 명이 동시에 결핵을 앓고 있는 사례가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