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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 소외된 지역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사람들

2013.10.10

할머니가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자하리 누르(Zahari Nur)를 데려왔을 때 사람들은 자하리가 며칠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파르(Afar)주의 12개 케벨레(Kebele, 에티오피아의 행정구역 단위, 우리의 ‘구’에 해당)에서 영양실조 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중 디그디가(Digdiga) 지역에서 현장 진료를 하고 있었다. 

아파르 테루 지역에서의 영양실조 치료 활동 ©Faith Schwieker-Miyandazi/ MSF

자하리의 할머니인 에이사 와사이투(Eisa Wasaitu)는 “저조차도 손녀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습니다. 다른 세 아이와 마찬가지로 자하리도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살배기 자히르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진료소에 처음 왔을 때 중증 급성 영양실조와 소모증(영양실조로 인한 영양장애)을 앓고 있었다. 자하리의 어머니 역시 병을 앓고 있는 데다가 정신질환이 있어 아이들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할머니가 아이들의 유일한 보호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영양실조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화 센터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두 달 동안 자하리는 영양실조 치료 외에도 폐렴 전문 치료를 받았고 서서히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몇 주 전 다시 자하리를 보았을 때 몸무게는 3.2kg에서 4.9kg으로 늘어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진료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나비유 아얄류(Nabiyu Ayalew)는 “자하리를 볼 때마다 너무도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아이의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 모두 아이가 곧 죽을 거라고 했지만 우리가 아이의 생명을 구했고 지금도 살아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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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한 영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아파르 전역을 누비며 활동을 펼쳤다. 아파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특히 가장 외지고 가장 소외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외진 정도에 따라 아파르를 네 구역으로 구분할 때 가장 외딴 구역이 바로 국경없는의사회의 본부가 자리잡은 테루(Teru) 지역이다. 테루는 건기에는 공격적인 모래폭풍에 시달리는 데다가 기온차가 극심하고 우기에는 세찬 폭우로 우기에만 생기는 하천이 범람하고 부분적으로 홍토가 그대로 드러나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도로로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최근에 종료된 국경없는의사회의 영양실조 치료 활동은 12개 케벨레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지역들은 각각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지역 주민들은 의료 서비스에서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구역의 인구 87,374명 중 무려 26.6%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는 경악할 만한 상황을 확인하고 이 지역에서의 활동을 결정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아파르주 의료팀장 프랭크 카탐불라(Frank Katambula)는 “안정화 센터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합병증이 있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 환자로 대다수가 폐렴 또는 결핵을 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폐렴, 결핵과 같은 다양한 질병 치료와 더불어 영양치료식을 제공해왔다. 특히 쉽지 않았던 사례들도 있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안정화 센터에 세 차례 입원했던 살라마 하산(Salama Hassan)의 9개월 된 아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살라마는 자신의 아이가 영양실조 때문이 아니라, 안정화 센터에서 퇴원할 때 악한 기운이 들어와서 그 기운 때문에 아이가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아파르 지역에서 영양실조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현재 안정된 상태이며 5세 미만 아동에게는 지속적으로 치료식이 제공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총 726명의 영양실조 아동(안정화 센터에 입원한 134명 포함)이 영양치료식 프로그램에 등록되었으며, 경증 급성 영양실조 환자 1,154명(임신 및 수유 중인 여성 416명 포함)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장 프랑수아 생-소베르(Jean François Saint-Sauveur)는 “이 지역의 의료 접근성이 그다지 여의치 못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완치율 78.2%에 치료 중단률 4.5%이라는 성과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파르 지역민들은 가축을 먹일 물과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민이다. 이러한 생활 방식이 아파르 사람들이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주 원인이 된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 중단자를 추적 관리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 서비스 지원의 측면 뿐만 아니라, 아파르 외곽 지역 사람들의 보건 문제를 조명하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 지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