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특파원단(ACANU) 주최로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현지에서 본 것들, 그리고 에볼라 발병 억제를 위해 더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 국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은 각기 다른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기니의 경우, 상황이 비교적 안정되었지만,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서는 여전히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이 유행병은 몇몇 마을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지역까지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지 에볼라 병의 확산만이 아니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전역에서 보건 체계를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의료계 종사자들의 감염 사례도 나타나, 다른 여러 사람들이 두려움에 활동 지역을 떠났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적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료시설이 없는 상황에서는 말라리아와 설사와 같은 다른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대부분의 의료시설들이 문을 닫은 터라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이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팀을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 있는 우리의 에볼라 의료센터 팀들은 한계점에 도달할 만큼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의 카일라훈에서는 에볼라 환자들과 접촉했던 2천 명의 주민들을 추후 관리해야 하는 시급한 일이 있습니다. 모두가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후 관리를 진행한 사람은 2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마을에서 사망자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를 확인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어제 라이베리아의 포야에서는 침대 40개가 놓인 의료센터에 에볼라 의심환자 137명이 있었습니다. 의료팀뿐만 아니라 실험실도 에볼라 의심 사례를 확인하는 검사가 밀려 있습니다. 현재 몬로비아에서는 침대 120개를 갖춘 에볼라 치료센터를 개원하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에볼라 역사상 새로운 기점을 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규모의 치료센터를 수립해서 운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격리병동에 있는 에볼라 환자들이 가족들과 연락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 가족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시신을 묻어야 할 때는 그 작업을 안전하게 진행함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위기에는 굉장히 인간적인 측면이 결부되어 있어서 환자, 환자 가족들을 도울 때 반드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하며, 지역사회 안에 신뢰와 협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구호활동, 전염병 감시, 환자 치료 등의 작업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접근법과 전략들을 수행하고 개발할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활동가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더 많은 전염병학자, 의사, 에볼라 전문가들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에볼라와 관련된 실질적인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재난 및 응급상황에 대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필요합니다. 이들은 일반병원 지원, 감염 통제 지원, 지역사회 활동, 지역사회에 가정용 감염예방 키트 제공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커다란 격차를 덮어주는 데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비정부기구들 및 국제사회 또한 신속히 대응 규모를 늘리고 더 많은 팀을 파견해야 합니다. 상황 관리와 공동작업을 증진하는 일이 급선무지만, 에볼라의 영향을 받은 모든 지역에 접근하고 의료 체계가 무너진 곳에서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하는 것 또한 시급합니다.
안전하게 시신을 매장하는 일, 아픈 사람들이 숨지 않도록 권고하는 일, 에볼라 접촉 경로를 추적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든지 간에, 주민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때에만 실패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8주 정도 지속되었던 과거 에볼라 유행과 달리,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개월 동안 전폭적인 대응 기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