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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파키스탄: 보건단원 활동을 마치고 은퇴하는 나시마 잔

2014.10.30

여성, 유아, 마을 지도자… 보건 교육과 인도주의 원칙… 삶과 죽음… 생명을 살리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

파키스탄과 주변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온 나시마 잔의 마음에 떠오르는 주제입니다. 활동을 마치기까지 지난 6년간 나시마는 헌신적인 국경없는의사회 보건단원이었습니다. 때로는 저항과 반대에 부딪치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에 나시마가 기꺼이 참여하도록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지 들어보았습니다.

나시마 잔(75세)은 지금까지 갓 태어난 아기가 첫 숨을 내쉬는 모습도 많이 보았고, 태어나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장면도 많이 보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집에서 한 아기만 낳은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 아기에게 문제가 있어서 서둘러 산모는 파키스탄-아프간 접경 도시 차만까지 와야 했다. 나시마는, “이틀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산모가 마침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도착했어요. 의료 팀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두 번째 아기는 결국 죽고 말았어요. 마을에 모자 보건센터가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경험이었어요. 특히나 보건 교육이 부족한 곳에서는 더욱 필요하죠.”라며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회상했다.

보건 교육의 중요성

파키스탄에서 특히 가난한 시골 지역에 사는 수많은 여성들이 숙련된 의료진의 도움 없이 아기를 낳는다. 임신 중에 병원에 가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일이란 거의 없다. 임신 동안 병원에 가는 것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때인데 대개 병원에 가면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일 때가 많다. 나시마는, “산모 사망률과 영아 사망률을 줄이려면 보건 교육과 인식 증진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나시마는 주변에 여러 사람들과 이 생각을 나누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지역 보건당국과 다른 비정부 기구와도 의견을 공유했다. 나시마는 카이버 파크툰크와, 발루치스탄에서부터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이란 근교에 이르기까지 파키스탄 여러 지역에서 일하면서 9년간 가족계획에 관한 연구도 수행했다. 이 연구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지만, 누구나 뛰어들 만큼 수월한 작업은 아니었다.

위험과 반대

분쟁이 벌어져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일에 차질이 생길 때도 많았다. 2007년에 쿠람 부족 지역에서 폭격이 일어났을 때, 나시마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어쩔 수 없이 피신해야 했다. 마을 지도자들의 염려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었다. 나시마는, “여성들을 병원에 보내기 꺼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임산부를 포함한 환자들은 늦게야 병원을 찾아올 때가 많았고 대개는 아주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곤 했죠.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컸지만,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종교, 정치와 연관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오직 환자들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일했거든요. 엄마와 아기들을 위해 일하느라 늘 바쁘게 움직였답니다.”라고 말하며 차만에서 겪은 일들을 회상했다.

주민들의 태도 변화

나시마는 현지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국제 구호 단체들이 제공하는 의료 지원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나시마는, “예전에 사람들은 비정부 기구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제공하는 도움도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의료팀이 집이나 보건소를 방문하면 돌을 던지는 이들도 많았죠. 주민들은 우리에게 뭔가 숨은 속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부모들이 직접 아기를 안고 병원에 와서 예방접종에 참여한답니다. 종교 지도자들의 아내들도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와서 치료를 받지요. 특히나 모자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죠.”라고 말하며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단원으로 일하는 동안 나시마는 새 직원들을 훈련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침과 원칙을 전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나시마는 귀여운 손주들을 포함한 가족들과 전보다 조용한 삶을 누리려 한다. 하지만 나시마의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나시마는, “비록 지금은 현장에서 물러나지만 언제라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긴급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거든요.”라고 말하며 구호 활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파키스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86년부터 파키스탄에서 활동했다. 무력 분쟁, 자연 재해로 고통 받거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 주민들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지원해 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카이버 파크툰크와, 발루치스탄, 신드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