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중동 지역에서는 전례 없는 고온 날씨가 나타났습니다.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레바논 베카 밸리는 최고 42℃까지 기온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각종 질병을 몰고 오는 불볕더위 속에 난민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베카 곳곳에서 진료소 4곳을 운영하면서, 폭염으로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팀이 시리아 난민 가족이 머물고 있는 천막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얼굴에서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지난 몇 주간 중동 지역 대부분에서는 전례 없는 고온 날씨가 나타났다. 최소 41만 명의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레바논 베카 밸리에서는 최고 42℃까지 기온이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열기는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것을 너머 사람들에게 질병도 불러온다.
베카에 살고 있는 많은 시리아인들은 미완공 건물, 혹은 벌판이나 노변에 위험하게 세워진 비공식 천막촌 900곳 가운데 한 곳에 살고 있다. 이 천막의 벽과 지붕을 이루고 있는 약한 플라스틱 시트는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거의 막아주지 못한다. 먼지 바람도 천막 안팎으로 드나들고, 공기는 습하고 파리도 많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도 제한적이고 천막촌 주변 지역으로 하수가 새어 들어갈 때가 있는데, 이 곳은 어린이들이 모여 노는 곳이다.
베카 곳곳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4곳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 절반 이상은 더운 날씨로 인해 생긴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여름에는 늘 설사 등의 소화 기관 질환, 피부 질환, 기도 감염 등을 많이 봅니다. 이 병들에 걸리는 것은, 우리 환자들이 견디고 있는 열악한 생활 여건과 모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여름 질병 유병률이 20% 늘어났는데, 아마도 최근 나타난 폭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발벡(Baalbek)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활동하는 의사 빌랄 콰셈(Bilal Qassem)
6월과 7월, 베카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질병의 42% 이상은 상기도 및 하기도 감염이었다. 7월에는 수인성 설사와 소화 기관 질환이 전체 질병의 23%를 차지했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도 어렵고 천막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고 있어서 옴과 같은 피부 질환도 많이 나타난다. 보건증진팀이 천막촌을 나설 채비를 하자, 한 남성이 자신의 배와 두 팔을 덮은 빨간 자국을 보여 주며 달려온다. 옴이 걸린 표시다. 베카에서 진행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와엘 하브(Wael Harb) 박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비좁고 갑갑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다른 사람도 병에 걸리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하브 박사는 “우리는 의료 지원도 하고, 보건증진팀들을 통해 감염병 확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들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 즉 열악한 위생 여건과 위태로운 생활 환경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절이 바뀌면서 난민들이 직면하는 어려움도 변할 것이다. 마즈달 안자르(Majdal Anjar) 부근 천막촌에 살면서 자녀 다섯을 돌보고 있는 여성 시리아인 레일라(가명)는 “여름도 힘들죠. 그렇지만 겨울이 훨씬 혹독해요. 겨울에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지켜줄 수도 없고, 플라스틱 시트는 항상 벗겨져 나가요. 그리고 지붕에 쌓인 눈을 털어내려면 며칠이 걸리죠.”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활동국경없는의사회는 내전 발발에 대응해 의료 지원을 하면서 1976년에 처음 레바논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트리폴리, 베카 밸리, 베이루트, 시돈 등지에서 급성 및 만성 질환 치료를 포함한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르살, 샤틸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는 모자 보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만성질환 치료 서비스를 제외한 국경없는의사회의 모든 서비스는 시리아 난민, 레바논 내 취약 주민, 시리아에서 온 레바논 귀환 주민, 시리아에서 온 팔레스타인 난민 등에게 열려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록 상태와 관계없이 모든 시리아 난민들을 치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