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에콰도르 지진: 한 달 후, 활동을 종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16.05.30

5월 1일(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에콰도르 하마 지역에 위치한 엘 마탈 시에서 텐트와 비식량 구호품 배급을 시작했다. ⓒAngel Cabello/MSF

4월 16일(토) 저녁 7시 정각을 바로 앞두고 에콰도르에서 지진이 일어나 땅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발생한 진도 7.8규모의 지진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에콰도르를 강타한 역대 최악의 지진에 손꼽힐 정도였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660여 명이 숨졌고, 집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파괴돼 2만8700여 명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후 강력한 여진들이 잇따라 에콰도르를 강타했다. 5월 18일에는 진도 6.7, 6.8규모의 지진 두 차례가 보고되었는데 진앙지는 퀴닌데(Quinindé), 무이스네(Muisne), 페데르날레스(Pedernales) 사이에 위치했다. 현지 당국의 보고에 따르면, 두 지진으로 더 많은 건물들이 훼손되었고, 여러 지역사회에 전기 공급이 끊기게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강진이 일어난 후,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4팀이 에콰도르로 이동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나비(Manabi), 에스메랄다(Esmeralda) 두 지역에서 한 달간 활동했다. 1차 현지 평가 후,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정신건강 지원을 비롯해 임시 거처 제작용 키트, 취사용품, 위생용품 등을 배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긴급 상황에서의 정신 건강: 보호자들을 보호하기

에스메랄다, 마나비에서 활동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정신건강 지원을 하면서 현지 의료인, 심리학자, 교수, 대학 강사, 사회복지사, 지역사회 지도자 등 4950명을 교육했다. 이 보건 전문가들 중 많은 수가 지진으로 이중 피해를 입었다. 재앙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처하는 한편, 자신이 맡은 환자들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상담 기법도 제공하고, 보건 서비스 안에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도 도왔다. 한편, 심층 치료가 필요한 보다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의 징후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알아차릴 수 있게 직접 가르쳐 줄 수 있도록, 강사 60여 명을 교육하기도 했다.

마나비, 산토 도밍고 지역에서 정신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마리엘 가르시아(Mariel Garcia)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값진 기여를 해주었습니다.”라며 “보건 전문가들은 피로와 불안 장애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진은 그렇게 파괴적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며,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 될지 잘 파악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좋은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슬픔을 잘 극복하고, 슬픔 때문에 병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대처 기술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동들과 그 가족들이 지진 이후에 잘 대처하도록 돕는 그룹 활동에 관해 초등학교 교사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임시 대피소에서는 집단 상담을 열기도 했다.

피해 가정에 물품 키트 배급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에콰도르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위생용품과 취사용품을 배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Albert Masias/MSF

마나비 해안에 위치한 하마(Jama)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임시 거처 제작용 키트, 취사용품, 위생용품 등을 500가구에 배급했다. 키트에는 텐트, 매트리스, 모기장, 담요, 취사도구 등이 포함되었고, 이를 통해 총 2천여 명이 지원을 받았다.

하마 시 출신 아날치바르 세바요스(Analcibar Ceballos, 50세)는 “지진이 일어나던 날 집이 파괴됐고,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딸과 손주들은 모두 피난처를 찾아야 했죠.”라며 “우리만의 텐트를 짓고 나니, 그나마 식구들끼리 사생활을 지킬 수 있게 됐고, 햇볕과 비도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텐트를 세우려고 막대기들을 찾아다니다가 이렇게 살이 다 타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마나비 지역에 파견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약 120회의 진료를 실시했고, 현지 진료소와 병원들에 의약품도 배급했다. 또 다른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위생용품 키트 180개, 취사용품 키트 약 200개, 60여 개의 텐트, 매트리스, 담요, 비닐 시트, 그리고 5000리터를 담을 수 있는 물탱크 10개를 배급했다.

피해 노동자들에게 어업용품 키트 배급

마나비, 에스메랄다 지역에서는 어업도 가장 큰 지진 피해를 입은 분야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정에 어업용품 키트를 배급했다. 어부 앙헬 델가도 도밍게스(Ángel Delgado Domínguez, 31세)는 “집이 무너져 지금 저는 아내와 아이 넷과 함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전통 방식의 어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데, 지금은 실직 상태입니다. 생선을 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무력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전처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