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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내성 결핵 치료: “우리 환자들은 임상시험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2018.02.22

Sydelle WIllow Smith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을 앓고 있는 환자가 베다퀼린, 델라마니드가 포함된 치료제를 들고 있다. 이 약들은 내성이 강한 결핵균 치료에 잠재적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신약들이다.

약제내성 결핵은 여전히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결핵에 걸린 1000만 명 중 결핵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 리팜피신·이소니아지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는 5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내성이 강한 결핵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치료적 대안은 거의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자문위원 가브리엘라 페를라조(Gabriella Ferlazzo)와 같은 의사들에게 있어 약제내성 결핵은 큰 난제다. 이러한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할 도구들이 지금도 부족하고, 그 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광범위한 내성을 나타내는 결핵에 감염된 환자들은 최근까지도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완치했으며, 무려 7종의 약을 조합한 독한 약물요법으로 수년간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은 후에야 완치된 사람들도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결핵 신약 2종(베다퀼린∙델라마니드)을 가지고 실시한 임상시험 초기 결과는 두 약이 약제내성 결핵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유망한 증거를 내놓았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해 결핵에 맞서 싸우는 전문 단체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낙관하기 시작했다.

가브리엘라는 이렇게 말했다.

“환자들을 마주하는 의사들은 말할 수 없이 깊은 좌절감에 빠지곤 합니다. 선택할 치료 방안도 제한적인데다 환자들이 힘겹고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하는데 때로는 그 모든 게 헛수고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유망한 신약 2종이 나온 겁니다. 기존 약보다 효능도 높고 부작용도 적은 약들이 말입니다.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던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팀들은 처음부터 이 약들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치료적 대안이 적은 환자들에게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을 제공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동정적 사용'(치료약이 없을 때 시판 승인 전의 신약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 방식으로 이 유망한 신약들을 약제내성 결핵 환자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11개국, 총 13개 프로젝트에 이 두 약을 도입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치료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들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신약 사용이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그러나 높은 약제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을 조합해서 제공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직 확실한 증거나 지침이 거의 없다. 여기서 나타나는 격차를 메우기 위해, 2016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르메니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치료 중에 이 두 약을 모두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두 약의 효능 및 안전성을 측정한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결과는 낙관적이었다. 높은 약제내성을 보이는 환자 23명 가운데 17명(74%)이 치료 6개월 후 결핵 검사에서 음성을 나타냈다. 치료가 성공적이라는 초기 지표를 얻은 것이다. 게다가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두 약물이 심장의 전기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초기 우려를 잠재웠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활동 연구 코디네이터 페트로스 이사키디스(Petros Isaakidis)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현장 상황에서 이 같은 낙관적인 결과를 얻게 되어 우리는 몹시 기뻤습니다. 두 약물이 심장의 전기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안전상의 염려도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든든했죠. 환자들에게서 심장 부정맥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원인 모를 사망 사고도 없었거든요. 이번 연구 결과는 결핵 감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세 나라에서 얻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 약물 조합이 지니는 잠재력에 관한 확실하고도 실질적인 정보를 준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주, 의학지 ‘란셋 감염학’(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는 이번 연구 결과가 게재된다. 이 연구 결과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더 많은 결핵 프로그램에서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 조합을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두 약을 모두 사용하는 2개의 임상시험에서 참여자를 등록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앞으로 3년~5년이 지나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브리엘라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환자들은 임상시험까지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이 결과는 현장에서 얻은 확실한 증거임이 분명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높은 약제내성을 보이는 결핵 환자들에게 이 약들을 조합해서 제공해도 안전하고 효능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 및 공중보건 분야 종사자들의 책임이며, 현재 이 약들은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 자료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MP3 팟캐스트 듣기


참고

30여 년간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실시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최대의 비정부 단체다. 현재 우리는 인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결핵 및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을 포함하는 치료를 제공하는 세계 11개국 보건부와 협력하고 있다. 2017년 7월 기준, 11개국의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총 13곳에서 이 신약들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54명에 달한다. 그중 1110명은 베다퀼린을 받았고 444명은 델라마니드를 받았으며, 117명은 이 두 약을 조합한 치료를 받았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endTB 프로젝트, TB 프락테칼 등 2개 임상시험에 참여해 새로운 결핵 치료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장래에 효과적인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새로운 분자 개발법을 모색하는 이니셔티브 ‘더 라이프 프라이즈’(The Life Prize)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