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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비인간적인 구금 센터 시설에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난민 • 이주민들

2019.03.28
  • 리비아에서의 난민, 이주민, 망명 신청자의 임의적 감금에 강력히 반대
  • 구금 센터 내 모든 이들에게 기본적인 영양 수준에 맞는 식량 제공해야  

구금센터에 갇힌 난민과 이주민들은 점심과 저녁으로 쌀밥이나 파스타를 배급 받는다. 아침으로는 치즈와 빵을 받는다. 음식은 센터 내에서 준비해 큰 그릇에 담아 제공되며 한 그릇의 음식을 5명-10명이 나눠 먹는다.  ©Sara Creta/MSF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Tripoli)의 사바(Sabaa) 구금 센터에 임의로 구금되어 있는 난민과 이주민들 가운데 매우 많은 이들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구금 센터 안에서 이들은 1인당 0.7 m2에 불과한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다. 현재 사바 구금 센터에는 총 300명 이상이 머물고 있으며 100명 이상이 18세 미만 아동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당국과 국제사회에 현재 리비아 구금 센터의 비인도적이고 위험한 여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의가 진행한 두 차례의 영양 실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사바 구금 센터에 있는 난민 및 이주민들의 4분의 1은 영양실조 상태이거나 저체중이며, 특히 아동들은 성인들보다 중간 수준 이상의 영양실조 발생률이 더 높다. 실제로 구금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식량은 2-3일에 단 한 번 제공되며 새로 구금된 사람은 최대 4일은 기다려야 식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 센터 내에서는 경비원이 허용할 때에만 창문을 통해서 면회가 허용된다 ©Sara Creta/MSF

2월 21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식량 부족 문제와 구금 난민 및 이주민들의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 사바 구금 센터에 긴급 식량 배급을 시작했다. 이 날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구금 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로 4.5미터 세로 5미터에 불과한 작은 방 안에 31명이 갇혀있는 것을 목격했다. 한 사람당 0.7 m2 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눕지도 못할 뿐 아니라 화장실조차 없어 사람들은 플라스틱 통이나 페트병에 소변을 볼 수 밖에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을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송할 것을 여러 번 촉구했으나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구금 센터 내 국경없는의사회의 진료실 © Sara Creta/MSF

“이곳 구금 센터 하나만 보더라도 부당하고 무분별한 시스템으로 인해 난민과 이주민들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 요건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식량과 살 곳, 전기나 수도 등 기본적인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다면 리비아 당국은 당장 이 난민과 이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게다가 유럽은 이주를 시도하다 바다에 빠진 난민들을 구조해 강제로 리비아에 있는 비인도적인 구금 센터로 송환하고 있어 안타깝게도 이들의 고통은 날마다 더 커지고 있습니다. ” _ 칼린 클레이어 (Karline Kleijer)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총괄 

국경없는의사회가 2월에 실시한 영양 실태 평가에 따르면 사바에서는 4명 중 약 1명이 불규칙적인 식량 공급과 상태가 낮은 품질의 식량과 관련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중 2%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 5%는 중등도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으며 16%는 저체중 상태이다.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18세 미만 아동은 성인에 비해 중증 영양실조 발생률이 2배, 중등도 영양실조 발생률이 3배 더 높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아동도 이런 환경 속에서 감금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구금은 아동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을 해치며 아동 권리 침해라는 점을 들어 아동은 이주를 목적으로 구금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금 센터의 난민과 이주민들은 자신이 먹을 식량에 대한 선택권도 없고, 언제 얼만큼의 양을 먹을지 정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센터 당국의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극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먹을 게 아예 없어 약물 치료 자체도 중단하게 된 환자를 봤습니다. 이 구금 센터 내 사람들이 겪는 불안의 주요 원인은 바로 식량 섭취 문제에 있습니다.” _ 키스 커쉬 (Kees Keus) /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자문위원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구금 센터 내에서 추가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Sara Cret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에서의 난민, 이주민, 망명 신청자의 임의적 감금을 강력히 반대하며, 취약한 상황에 놓인 난민과 이주민들을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 극도로 해롭고 위험한 환경으로 강제 송환하는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규탄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당국과 국제사회에 현재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금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즉각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1.    리비아의 사바 전역 및 여러 구금 센터에 있는 모든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 일정량의 식량을 제공할 것
2.    18세 미만 아동의 구금을 전면 중단하고 이들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
3.    추가 유입되는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식량과 공간 제공이 불가능할 시, 이들을 사바 구금 센터로 이송하는 것을 중단하고 현재 구금 센터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들의 해방 또는 이송을 보장할 것
4.    구금 센터 내 환경이 국가적, 지역적, 국제적 동의 기반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할 것


지난 2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트리폴리(Tripoli), 콤스(Khoms), 즐리텐(Zliten), 미스라타(Misrata)의 구금 센터에 있는 난민, 이주민, 망명 신청자들에게 의료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구금 센터는 리비아 내무부 (Ministry of Interior)와 산하 기관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관리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구금 생활을 하며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인도주의 단체 및 유엔 산하 기구들은 진료 및 치료를 진행했으나 만연한 폭력 사태와 치안 불안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의 활동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일관되고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이 없고 비인도적인 시설 환경에 갇혀 있어 병에 걸리거나 지병이 악화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도 감염, 급성 수성 설사, 옴 감염, 결핵이 포함된다. 많은 환자들이 불안과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들을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비인도적 구금 환경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지병이 악화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 질환을 겪는 환자들도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