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은 ‘리더’로의 도약을 위해 성 고정관념과 같은 장벽을 뛰어 넘어왔다. 이들은 역경을 이겨내고 조직과 지역사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으며, 여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단체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제고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인력의 90%는 현지 직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여성 리더들은 운전수부터 간호 책임자, 재무 코디네이터까지 다양한 직군에 분포하고 있으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로 환자 중심적인 치료를 제공한다는 본연의 사명을 이행하는 데 고유한 역할을 한다. 여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로그램의 설계, 현장에서의 활동, 미래의 단체 방향성에 있어 다양성과 균형 있는 관점을 견지할 수 있다.
2022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몸담고 있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 리더들로부터 “당신에게 본받을 점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김결희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대한민국)
“열정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우리 함께 성장합시다”
© 국경없는의사회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김결희입니다. 리더십이란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을(What) 어떻게 (How) 해야 하는지를 넘어, 우리가 왜(Why)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해야 하는지,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열정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참된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외과 의사로서 ‘수술방’에서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이곳은 여러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온전한 책임이 리더에게 지워지는 압박감 속에서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간과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다양한 의견과 적극적인 동참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구성원 각자의 진심이 담긴 노력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나이지리아 ‘노마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복잡한 재건 수술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다른 여성 전문가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마취과 간호사 욜란다는 이미 세 번째 활동이라 경험이 많았죠. 저에게 자신의 지난 활동 경험을 공유해주어 큰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현지 간호사들까지, 우리는 한 팀이 되어 노마병 생존자를 수술해냈죠.
이미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리더십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그룹을 이끄는 리더십에 더해, 개인을 이끄는 ‘멘토링’이 여성들 사이에서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리더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조금 뒤에서 자신의 길을 따라오는 이들을 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도 욜란다의 도움을 받은 것 처럼요! 열정 있는 여성 멘티를 발견한다면 우리 함께 성장할 기회를 공유하도록 해요!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소코토 노마 병원에서 노마병 환자를 위한 재건 수술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노마병’은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나타나는 세균성 질환으로, 잇몸의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뼈와 조직을 파괴시키고 턱, 입술, 볼, 코, 안구에까지 영향을 미쳐 환자는 큰 통증과 호흡 합병증, 섭식 장애까지 겪게 된다. 열악한 위생과 영양 상태가 주요 원인이며, 한국이라면 항생제 처방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빈곤지역에서는 질병을 방치하다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노마병 생존자의 재건 수술과 함께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카디자 알-하지 (인사팀 직원, 예멘)
“자신을 믿으세요”
예멘 아브스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인사팀 어시스턴트 카디자 알-하지. ©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아브스(Abs)에서 인사팀 어시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카디자 알-하지(Kadija Al-Haj)는 병원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하며 여성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한다.
처음에 의료 통역사로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사 관련 경력을 키워 나가는 것은 처음부터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인사팀은 모든 일에 걸쳐있으니까요.
인사팀은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최적의 직원이 채용되도록 힘쓰는 팀입니다. 책임자와 활동가들의 근무 일정을 정하고 상황을 체크하며 트레이닝을 지원해 환자들이 양질의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처음에는 사회적 제약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매우 보수적인 이곳에서 여성의 의무란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주변에 딸이나 여자 형제, 부인이 학업을 마치고 일할 기회를 갖도록 장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전 제 자신이 여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어 나가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책임을 맡을 역량이 있어요. 인사팀이든 간호사나 의사든 여성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리더란 모범이 되는 사람이에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지식과 역량을 겸비하여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또 그런 기운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저 또한 인사 직무에 맞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취업 전부터,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공부하며 인사 관련 지식을 습득하려 했습니다. 내부나 외부에서 진행하는 교육 과정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재무에도 관심이 생겨 관련 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보고 싶습니다.
예멘 아브스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50병상 규모의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 © Nuha Haider/MSF
지역사회에서 제 자신이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인이나 마을 모임에서 활동 원칙과 사명을 열심히 전파하거든요. 이곳의 사람들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어떤 단체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더 잘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업무에 최선을 다해 스스로부터 제가 관장하는 주변까지 변화하고 진일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두가 강인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꿈을 위해 싸우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세요. 자신을 믿고 기회가 생길 때 망설이지 말고 붙잡으세요.
예멘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극심한 인도적 위기를 겪는 곳이다. 하자(Hajjah) 지역은 수년째 분쟁 최일선 지역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와 실향민이 발생했고 지역민들은 분쟁의 여파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브스 공공 병원에서 예멘 보건부와 협력하여 응급실, 소아 병동, 신생아 병동, 모성 병동,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 수술실, 수술 병동, 수술 후 치료, 격리 병동, 정신건강 활동을 운영했다. 더 나아가 추가 치료를 요하는 환자와 국내실향민 캠프나 수용 지역사회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된 채 생활하는 환자를 발견하여 이송하는 체계 또한 갖춰져 있다.
누르 바르 빈티 이슬람 (정신건강 치료 담당자, 말레이시아)
“여성을 도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의 정신건강 지원 담당자 로힝야 출신 여성 누르 바르 빈티 이슬람 © Balvin Kaur
로힝야족인 누르 바르 빈티 이슬람(Nur Bar Binti Islam)은 말레이시아의 국경없는의사회 성폭력 치료 담당자이다. 세 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누르는 6살이 되던 해 말레이시아로 피난을 와 사회적 보호나 정규 교육에서 소외된 채 어렵게 성장했다.
저는 성폭력 치료팀에 들어오기 전 약 4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소에서 봉사했습니다. 제 업무는 치료가 필요한 성폭력 생존자의 정신 건강이나 치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여성과 소녀를 지원하며, 이들 중에는 인신매매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에 전화로 연락합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페낭(Penang)주 버터워스(Butterworth)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오라고 한 다음에 대화를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생존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상태는 어떤지, 또 어떤 부분에서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상담이 필요한 이들은 정신건강팀에,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환자는 의료진에게 인계합니다. 거처나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면 관련 부서에 인계합니다.
모스크로 들어가는 한 로힝야 소녀의 그림자. 말레이시아는 1951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내 로힝야 난민은 모두 ‘불법이민자’로 규정된다. © Arnaud Finistre
저에게 리더십이란 억압받은 여성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에너지가 되어주며,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살면서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 사건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 모든 시험이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죠. 이혼과 같이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런 경험이 쌓여 저를 강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제 가족은 도움이 절실한 다른 여성을 돕고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일을 응원해주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여성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의 도움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면한 무수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이 저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면 다른 여성들을 도울 기회라고 믿었습니다. 사실 여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해당합니다.
리더가 되기 위한 길을 걸으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강인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역경과 위험을 헤쳐 나갈 힘이 있으면 민족, 지역사회, 나아가 미래 세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강해지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을 받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스스로를 도울 수 있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미래를 위해 두 배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의 난민, 망명신청자, 이주민 지역사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페낭주의 버터워스 지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1차 의료서비스, 정신건강 서비스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며 매달 700-900명의 환자를 지원한다. 더 나아가 매주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며 외곽지역에 위치한 지역사회에서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대부분 로힝야 난민이 생활하고 있는 구금센터 세 곳에서도 의료적 지원 및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프루나우 미모세 렉터 (간호 책임자, 아이티)
“우리는 함께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어요”
프루나우 미모세는 아이티 레카이 지역 병원에서 현지 보건부와 함께 2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던 수술 후 치료팀을 이끈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다. © Alexandre Michel/MSF
프루나우 미모세 렉터(Prunau Mimose Lector)는 아이티 북부 카프 아이시앵(Cap-Haitien)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화상 프로젝트의 숙련된 간호 책임자다. 작고 재난에 취약한 이 섬에서 프루나우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2021년 8월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 남부 지역에서 수술 후 치료팀을 이끌었다.
저는 간호팀이 국경없는의사회 사명에 따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팀을 이끌며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죠.
저에게 리더란 슬기롭고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팀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에요.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저는 우리가 서로 같은 교육을 받고 있지만 경험의 정도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모두가 각자와 서로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요.
권위의 무게감을 배재하고 일을 하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서 긴급 대응을 전개할 때, 국경없는의사회가 NGO임을 설명하려 해요. 활동의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지역에 계속 머무르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정확히 전달합니다. 또한 의료서비스는 전부 무상으로 제공되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잘 활용하라고 적극 권장합니다.
얼마 전 강진이 발생했던 레카이(Les Cayes) 활동에 가장 최근 참여했습니다. 8월 23일에 도착해 현지 병원으로 향했는데, 이미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아동과 성인 환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부상 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아 상처가 감염된 환자도 있었습니다. 응급실은 굉장히 정신없이 돌아갔어요. 환자들은 고통받고 있었고 사방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광경이었죠.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 프루나우 미모세(왼쪽) 등 간호사가 아이티 레카이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Alexandre Michel/MSF
제가 맡은 가장 큰 역할은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지 보건부 및 병원과 협업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현지 보건당국이 우리의 활동 목적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현재 아이티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저는 현지인으로서 이들을 설득하고자 애썼습니다.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왔음을 전달했어요.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를 돕기 위해서 말이죠.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모여 참으로 놀라웠어요. 심지어 자발적으로 일을 돕고자 하는 현지 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쉬지 않고 일했어요. 현지 봉사자 덕분에 활동이 훨씬 수월했어요.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저에게 이견을 말하기 어려워하곤 하거든요. 제가 생각보다 더 강한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해낸 일이라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여성을 힘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개의치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취적인 여성이 되세요. 우리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여러분의 꿈을 따르세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30년 동안2010년 및 2021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대응 등 아이티에서 활동하며 의료서비스 접근성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의 타바레 병원(Tabarre Hospital)에서의 위중증 화상이나 치명적 외상 환자 치료, 포르타피망(Port-à-Piment)과 고나이브(Gonaïves) 지역에서의 성, 생식 건강 의료서비스 제공, 포르토프랭스과 델마스(Delmas)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투르고(Turgeau)와 시테 솔레일(Cité-Soleil) 지역에서의 응급 의료서비스를 제공 등 정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레베카 라하이 (의료 멘토, 시에라리온)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2021년 멘토로 임명되기 전, 레베카 라하이는 국경없는의사회 아카데미의 임상 간호 프로그램의 멘티였다. © Mohammed Sanabani/MSF
레베가 라하이(Rebecca Lahai)는 시에라리온 케네마(Kenema)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항하 병원(Hangha Hospital)에서 의료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국경없는의사회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간호사에게 중요한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다. 레베카는 지난해 멘토로 임명되기 전 임상 간호 프로그램(clinical nursing care programme)의 멘티였다.
어릴 때부터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늘 동경했거든요. 이모가 공공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문병을 갔는데 의료진들이 전부 따뜻하게 대해 주셨고 이모의 아픔에 공감해 주셨어요. 그 모습을 모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그런 간호사가 될 거란 다짐을 했죠. 그때 했던 다짐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해요.
국경없는의사회 항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베카 라하이와 의료진. © Mohammed Sanabani/MSF
저는 항하 병원의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기도 하고 보호자들에게 보건 교육을 제공해 아이가 차질 없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죠.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아카데미 멘토로서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 병동에는 약 30명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있습니다. 저는 이론수업과 실습 훈련 수업을 통해 멘티들에게 환자 관찰 방법이나 학습 기회를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항하 병원이 더 나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합니다. 아동 사망률과 모성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회복 과정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죠.
멘티일 때는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아직까지도 퇴근 후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해요. 멘토 교육을 이수한 후엔 항상 복습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죠. 더 나은 멘토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사전에서 특정 단어의 정의를 알아보기도 합니다.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공동체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방법을 통해 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 항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베카 라하이는 환자와의 교류를 즐긴다. © Mohammed Sanabani/MSF
리더에겐 말하는 방식이나 문서 전달에 있어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과도하게 학술적인 전문 용어 사용을 피하고 단순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죠. 또한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유동적으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두가 그렇듯 저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예요. 그래서 때로는 멘티에게 어떻게 해야 제가 발전할 수 있을지 물어보곤 합니다. 멘티와 좋은 관계를 쌓아 나가고 싶기 때문이죠. 관계는 상호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간에 온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권위적인 리더도 별로예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당신이 멘토라는 사실도 모를 만큼 멘티와 동등한 입장으로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여성들에게 의지를 가지고 항상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목표를 세울 때 그 어떤 고난이 여러분 앞에 펼쳐지더라도 달아나려고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의료 멘토로 활동 중입니다. 여러분도 의료 멘토가 될 수 있어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저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2017년에 설립한 국경없는의사회 아카데미는 오늘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여러 국가에서 실무 교육, 이론 및 실습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등 혁신적 방법을 통한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 임상 간호 프로그램은 항하 병원의 간호 의료진들을 위해 소아과적 특성에 맞춰 2019년 12월에 개설됐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역량 격차 평가를 통해 기본 지식과 기술을 평가한다. 2022년 초 기준, 118명의 간호사, 88명의 간호조무사, 그리고 9명의 간호팀 관리자가 기본 임상 간호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으며, 4월 처음으로 멘티 수료생을 배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