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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레바논: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의료 지원 활동 벌여

2012.07.02

시리아 사태 발생 이후 수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인접국가로 피신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보호처와 의료지원을 찾아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넘어오면서 활동영역을 와디 칼레드(Wadi Khaled), 트리폴리(Tripoli), 베카(Bekaa) 계곡에까지 확장하였다 이 지역에서 최근 복귀한 로랑 리고자(Laurent Ligozat) 부 운영 책임자를 인터뷰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활동가가 국경을 넘어 아르살(Aarsal)로 피난온 시리아 가족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국을 떠난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에 보고된 27,000명 중에서 20,700명 이상이 현재 레바논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은 북부와 베카 계곡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부는 친척집이나 지역 공동체에 머무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들은 공공건물이나 폐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재도구가 거의 없고, 살아가는 게 큰 문제입니다. 보건의료서비스와 지역 NGO들의 활동 역시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리아 사태는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에게 있어 포격, 피난, 레바논 정착 등 모든 것들이 심각한 외상적 경험입니다.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마찬가지이지요. 친척을 잃거나 집을 잃은 과거의 사건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공포,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등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공백 메우기

정신건강 의료가 특히 우리 의료활동의 공백이란 것을 인식했습니다. 2011년 11월부터 북부 와디 칼레드에서 상담을 하고, 지원 그룹을 조성하고, 심리교육 교실을 열었으며 가족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시리아인 가족들이 북부의 트리폴리 시에 정착하면서 우리는 다르 알 자라(Dar al Zahraa) 병원과 트리폴리 국영병원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시리아 난민과 레바논 현지인 모두를 대상으로 심리학적, 정신의학적 상담은 물론 소아 예방접종, 각종 만성 및 급성 질환 치료 등 1차 의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베카 계곡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베카 계곡은 현재 시리아의 폭력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시리아인들이 꼭 거쳐가는 곳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팀은 4,600건 이상의 1차의료 상담을 수행하고 900여 건의 심리학적, 정신의학적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진료는 모두 무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분만, 투석, 구명수술 등을 포함하여 86건 응급환자의 병원비를 지원하였습니다.

지역 NGO단체들은 처음부터 우리와 긴밀하게 협조하였고 우리에게 활용부지를 대여하여 우리 의료활동을 신속히 정상운영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꺼이 집안 문을 열어주는 현지주민들

와디 칼레드와 베카 계곡의 지역 사회 모두 시리아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크게 덜어 주었습니다. 이곳에는 연대의 정이 있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집을 난민들에게 개방하여 살 곳과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물 곳이 필요한 새 난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리는 3월 아르살(Aarsal)이라는 국경 근처 마을에 다섯 개의 공공 시설을 개장하여 시리아 난민들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아르살과 트리폴리에서 피난처 부족은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난민들이 계속 유입되는 데 반해,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 공동체에 더 이상 난민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 세 가족이 방 1-2개를 나눠 쓰는 집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세간살이 하나 없어

시리안 난민들은 아무 것도 챙겨오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생계를 유지할 수단도 없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 상황도 급속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식량, 분유, 기저귀, 위생용품, 조리도구, 깔개, 담요 같은 필수품이 부족합니다. 1월부터 5월 사이에 우리는 산악 지역에 위치한 아르살의 난민 2,150명에게 난방을 위한 연료와 땔감 등 구호물품을 지급하였습니다. 

난민들 중에는 근골격계 질환과 급성 호흡기 감염, 피부병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열악한 생활여건 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눈과 혹한을 피할 곳이 없어 채 완공되지 않은 건물로 들어가는 난민 가족들도 아르살에는 있습니다. 수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만성질환을 가진 시리아 난민들도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시리아를 빠져나올 때 정기 복용하는 약을 두고 나왔는데 약을 살 돈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트리폴리에서는 중증 환자 몇 명을 치료했습니다. 난민 한 명은 당뇨 합병증 때문에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고, 한 고혈압 환자는 반신불수의 상태가 되어 왔는데, 이 환자의 몸 반쪽이 마비되었다는 것입니다.

끔찍한 경험

아이들이 특히 취약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가족, 혹은 친척이나 친구의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살육이나 구타하는 장면을 보았을 수도 있고, 위험한 상황에 닥쳐 집을 떠나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고 온 친척을 걱정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보면 말을 못하는(함묵증) 어린이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증상은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퇴행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공포를 끊임없이 느끼는 것입니다.

물론 어른들도 똑같은 공포를 느끼지요. 그리고 우리 정신건강 담당팀은 자살에 관한 생각, 외상 후 반응,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신체적 질환, 급성 정신이상 등 급성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우울증과 불안도 일반적으로 진단됩니다. 

레바논의 긴장상태

시리아 위기는 레바논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국경지대와 트리폴리가 큰 영향을 받습니다. 4월 중순 이후 우리는 분쟁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에 위치한 트리폴리 국영 병원에 정신건강 관련 활동을 확대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응급의사가 그 병원의 응급의학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한 곳과 보건소 두 곳에서 활동을 통해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시민들을 위한 응급의료 지원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시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특히 현재 시리아의 광범위한 의료 공백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지요. 수 개월 동안 우리는 시리아 내 폭력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식적인 활동허가를 요청해왔습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시리아 당국과의 직접 접촉이나 중재자들을 통한 노력 모두 소득이 없었습니다.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홈스(Homs), 데라(Deraa), 하마(Hama), 다마스커스(Damascus)와 이들립(Idlib) 등지의 시리아 의사 네트워크에 인접국가로부터 물품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등 지원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