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메드 파델(Ahmed Fadel)이 아이티 레오간(Léogâne)의 샤툴리(Chatuley)병원 응급상황 대처 과정에서 본 신속한 대응, 팀워크, 극한의 경험을 전한다.
지원을 요청한다!
저는 차량들을 신속하게 이동시켜 다른 차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응급실로 향합니다. 온 사방에 의사를 기다리는 부상자들입니다. 조금 있으면 다른 부상자들이 도착할 텐데 이들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외과의사가 말합니다. 숙소로 전화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 팀원들의 메시지가 이미 수십 개나 들어와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응급상황/중상자 다수/지원 필요/모두 도울 것!” 답장이 옵니다. “메시지 확인, 팀 전원 이동하겠음.”
응급실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단체에서 나온 직원과 우연히 마주칩니다. 그녀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듣습니다. 두 대의 대형 트럭이 충돌했는데, 두 트럭 다 승객으로 꽉 차 있었다고 합니다. 한 대가 다른 한 대 위를 밀고 올라갔고 60-70명이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 했습니다. 사고는 그레시에(Gressier) 인근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와 레오간을 잇는 주요 도로 위에서 난 것이며 모든 부상자를 대피시키고 대형 트럭을 현장에서 이동하기 위해 도로를 봉쇄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샤툴리 병원이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의료 시설이 된 것입니다.
8시 38분, 우리를 지원해줄 팀원들이 타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도착합니다. 의사, 간호사, 조산사, 로지스티션들이 내립니다. 무엇이든 도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현장활동가 전원이 왔습니다. “상황 설명 부탁합니다.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빠르게 요약해줍니다. “온갖 종류의 부상자 현재 30명, 곧 더 많은 부상자가 도착할 것입니다. 의사들은 응급실 의사와 외과의사들의 지시를 따라 도와주시고, 로지스티션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지원단이 도착합니다. 아이티 의료진입니다. 휴식 중 뉴스를 듣고 만사 제쳐놓고 달려왔다고 합니다. 제가 지원을 요청하기도 전에 이미 와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스트레스도, 공포도 느낄 여유가 없습니다. 모두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지켜야 할 자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소리지르는 사람도, 정신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꼭 필요한 행동만 할 뿐입니다. 손 놓고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가족들도 환자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위안을 받고 우리를 신뢰합니다.
순간, 온 세상이 멈춰 숨죽입니다
밤 10시 30분, 또 한 무리의 부상자들이 도착합니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헌신적으로 전문성 있게 일합니다. 11시경, 가장 부상이 심각했던 사람들을 잃습니다. 지금까지 총 4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슬픔에 젖어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감정은 묻어두고 계속 일에 몰두합니다.
11시 15분, 간호사의 품 안에서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눈을 감습니다. 침묵만이 흐릅니다. 그 순간 세상은 움직임을 멈춥니다.
11시 30분 응급실 의사가 자신 있게 선언합니다. “환자들은 모두 안정되었고 이제 경과 관찰실 및 임시 천막으로 이송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즉각 모두 반응합니다. 들것을 운반하는 사람이건, 외과의사이건, 의사이건, 심지어 의료진이 아니건 상관없이 즉시 들것을 옮기는데 손을 거듭니다. 환자 이송이 시작됩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벌써 자정이 넘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한 후 숙소로 돌아갑니다. 차 안, 팀원들 사이에 정적이 흐릅니다. 그러다 서로 뿌듯한 눈빛을 교환합니다. “부상자 43명, 게다가 반은 심각한 부상에 사망 위험 환자들이었는데, 우리가 그들을 구한 거라고.”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맞아, 우리가 해낸 거야!” 누군가가 맞장구를 칩니다.
안도 속에 우리는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의 후속 치료도 하고 포르토프랭스의 다른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도 지켜봐야 할 겁니다. 또, 치안판사와 사망자 신원확인도 해야 하고 유가족을 상대하고 지원하는 일도 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병원 일상업무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제 막 도착해서 바로 어제의 응급상황에 투입되어야 했던 새로운 소아과의사에게 브리핑도 해야 합니다. 제가 그에게 할 말은 사실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어제 해주신 모든 일, 그리고 앞으로 하시게 될 모든 일에 감사 드립니다. 보시다시피, 이게 바로 국경없는의사회가 하는 일이랍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약 30km 떨어진 레오간에서 2010년부터 샤툴리 병원을 운영해왔다. 이 병원은 24시간 무상 응급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