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됨에 따라 이라크로 피난한 난민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니즈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도미즈 난민 캠프에서 심리치료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사들과 상담사들은 심리치료 서비스가 시작된 1년 전에 비해 훨씬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도미즈(Domeez)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정신건강 환자들 중 약 7%가 심각한 정신장애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3년, 그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해 15%에 달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 자문위원인 아나 마리아 티제리노(Ana Maria Tijerino)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도미즈 캠프는 그 자체로 긴급상황입니다. 복합 반응과 증상을 호소하는 난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신분열증, 중증 우울증과 같은 심리 장애가 점점 흔하게 나타나고 있고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많습니다”라고 전했다.
방대한 심리치료 니즈
2012년 5월 일반진료 활동을 개시하자마자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들을 위한 정신건강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2012년 7월부터 숙련된 심리학자와 상담사들로 구성된 팀이 개인 상담, 가족 상담, 그룹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 팀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진단하고 상담사와 연결시켜주는 의료진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현지 보건 단원들로 구성된 팀이 캠프 내에서 이 서비스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2,62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티제리노 자문위원은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니즈가 엄청납니다. 이 역시 의료 대응에 있어서 하나의 필수 요소로 간주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난민들의 상황에 대해서 덧붙였다. “캠프에 막 도착한 사람들은 다양한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폭력을 직접 목격했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사람도 있고, 집이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이 캠프에서 1년 동안 지내온 사람들은 심각한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 분쟁이 과연 끝나기는 하는 건지, 아무도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사람들의 심리 상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심각한 정신 장애 환자 치료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접근법을 수정했다. 진료소를 찾아 도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가정방문을 통해 환자 개인 및 환자의 가족을 동시에 접촉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필요시 이러한 환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보낸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진료소 자체에서 심리 치료를 확대하는 방향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향후 환자를 캠프 밖으로 보낼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환자가 집과 가족 가까이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보다 긴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동의 상처 치유
전쟁과 그 여파는 아동의 정신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초래했다. 도미즈 캠프의 경우,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신규 환자의 50%가 아동과 청소년이다. 매주 15-20명의 아동 및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새로 등록하고 있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아동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는 야뇨증이다. 야뇨증은 불안 및 극도의 공포감에 대한 반응 증상이다.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다른 증상들로는 공격적인 태도와 가족 및 친구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유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을 동반시켜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림 및 놀이 기법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하는 상담이 진행된다. 이러한 치료의 목적은 안전한 환경을 재건해주고 아동 및 가족의 대처 기법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독거남성 - 또 다른 취약계층
도미즈 캠프에는 가족이나 아내를 동반하지 않고 홀로 캠프에 머무는 독거남성들만을 위한 특별 구역이 있다. 한 천막에 5~6명씩 가족의 지원 없이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의 대처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어 있다. 이들은 보건소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특히 크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남성 상담사가 직접 천막을 방문해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니하드(Nihad)는 “여기 있는 사람 모두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습니다. 군에서 탈영한 사람도 있고, 전쟁을 목격하고 다마스쿠스에서 도망쳐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도미즈에서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있으며 아무도 자신들을 신경써주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저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듣고, 불안과 흥분으로 표출되는 슬픔을 읽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쟁을 직접 목격했거나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본 이들이 그렇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중 자해 증세를 보인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해는 보통 지독한 절망감에 휩싸여서 무언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증세입니다. 이 환자는 온 몸을 칼로 자해해, 심한 흉터가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 좌절하고 분노한 나머지 자해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시리아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떠나야만 했는데 이 곳에서는 일자리도 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철저한 고립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피를 보면 위안이 된다고 말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자신감과 통제력 회복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미즈 캠프 난민들이 심리적 안정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심리치료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심리학자 헨리케 젤만(Henrike Zellmann) 박사는 “우리의 활동은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난민들의 대처 능력을 강화하도록 애쓰고 있으며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상담을 한 번 받는다고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사라지게 만들 능력은 없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들이 겪고 있는 참을 수 없는 증상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라고 설명했다.
2012년 5월 이래, 국경없는의사회는 42,000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훅(Dohuk) 지역 도미즈 난민 캠프에서 활동해왔다. 매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500여 건의 일반 진료 및 정신건강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