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가 에볼라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는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에볼라 생존자들에 대한 ‘에볼라 낙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고립을 겪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의사 보조원(PA)으로 일하고 있는 잭슨 나이마가 에볼라 낙인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웃들은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지 못하게 했고, 우리 집은 ‘가서는 안 될 곳’이 돼버렸습니다. 심지어 우리 부부와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의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고립된 것이지요. 현재 저는 페이네스빌에 자리한 국경없는의사회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의사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고, 제 아내는 존 F. 케네디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병을 옮기고 있다며 비난합니다. 만약 우리가 에볼라 희생자가 된다면, 그들은 드디어 우리가 사라졌다며 행복해할까요?
작년 7월, 저는 에볼라로 여조카와 사촌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5개월 넘게 라이베이라에서 에볼라에 맞서 싸워온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센터에서 일하던 것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훈련된 의사 보조원인 저는 중대한 어려움에 부딪친 위태로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에볼라에 맞서는 이 싸움에서는 항상 안전한 방법을 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저마저도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에볼라에 맞서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응 활동을 하고 있지요. 일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프로토콜을 엄격하게 따라야만 에볼라와 싸우는 최전선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수란 용납될 수 없으니까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나 물체에 닿아 병에 옮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빠뜨리지 말아야 일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
가족들은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하고 저를 지지해 줍니다. 하지만 이웃들과 친구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요. 그들은 우리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우리를 배척합니다. 그럴 때면, 과연 제가 이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건지 사회에 반하여 일하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가슴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병을 이겨낸 환자를 보면서 축하하다가도, 몇 시간 전만 해도 대화를 나누던 환자가 목숨을 잃고 비닐 백에 싸여 나가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일과를 마칠 때면 정서적으로도 소진되고 심리적으로도 충격에 휩싸이게 되지요. 그래서 이웃, 친지들과 따듯한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좀 풀기를 바라면서 집에 올 때면 제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게 돼요. 그럴 때면 뭔가 부당한 처벌을 받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저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제가 돌봐주었던 환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었다며 제게 고마움을 표할 날을 간절히 바란답니다.
에볼라 낙인 때문에 일을 그만둔 동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것이 어렵지만 제가 감당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센터를 저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치료센터를 저버린다면 환자들을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희망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모든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잭슨 K. P. 나이마(Jackson K.P. Naimah)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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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2015년 1월 17일에 라이베리아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micatliberia.com/index.php/ebola-update/2312-fighting-ebola-ending-stigma-the-story-of-an-ebola-frontline-fighter-in-liber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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