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어린이 1인당 완전예방접종 비용 27배 상승. 상승의 원인은 신규 백신의 높은 가격으로 총 비용의 4분의 3을 차지
- 생산비용 투명성 제고 및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백신 비용 인하 촉구
- 세계백신면역연합은 개발도상국의 취약 계층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에게도 협상을 통해 할인된 가격의 백신을 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이사장 빌 게이츠, 아부 다비 왕세자 세이크 모하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Sheikh Mohamed bin Zayed Al Nahyan) 장군이 주재하는 고위급 세계 백신 정상회담(Global Vaccines Summit)을 앞두고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 MSF)는 새로운 백신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면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 향후 완전예방접종을 받지 못할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향후 10년에 대한 글로벌 백신 프로그램인 “백신의 10년(Decade of Vaccines)”으로 추산된 총 비용 57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이 백신의 구입비용으로 소요된다. 2001년 한 명의 아이에게 6개의 질병에 대한 완전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선 1.37달러(한화 약 1540원)의 비용이 들었다. 현재 사용하는 백신 패키지에는 11개의 백신이 포함되지만 총 비용이 38.80달러(한화 약 43,500원)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상승은 대부분 폐렴구균과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2개의 고가 신약 백신이 추가된 데서 발생하는데, 이 두 가지 백신 가격은 전체 비용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제약회사 화이자(Pfizer),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GSK)과 머크(Merck) 만이 이러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새로 나온 백신일수록 가격이 높아, 홍역 예방접종은 25센트(한화 약 280원)인 반면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아무리 저렴해도 21달러(한화 약 23,500원)가 소요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상임이사, 마니카 발라세그람(Manica Balasegaram)박사는 “어린이에 대한 예방접종 비용은 지난 10년간 2,700%가 올랐을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급격한 비용상승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곧 백신에 대한 후원금이 고갈될 것이고, 추후엔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 중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질병과 아닌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매년 수 백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새로운 백신의 도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Alliance)과 제약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진 신약 백신 가격에 대한 협상은 더 많은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약품 가격을 더욱 낮추는 데 도달하지 못했다. 문제의 근본은 제약업체의 백신 생산비용 불투명성과 저소득 국가에서 유지 가능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것보다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최근 5개 질병에 효과가 있는 백신 가격 인하에 관한 협약을 발표했다. 이는 복수의 백신 생산자들이 건전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세계백신면역연합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최고가의 최신 백신 2종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협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급히 추진해 나가야 하며, 제약업체들은 세계백신면역연합에 더 나은 조건의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의 백신 정책 자문관 케이트 엘더(Kate Elder)는 “부국에서 통용되는 과도하게 부풀린 백신 가격에서 협상을 시작한다면, 그 가격에서 90%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빈국은 장기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며 “목표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으로, 백신 가격은 생산가 근처로 낮추어져야 한다. 신규 백신들이 불합리하게 높은 가격을 받는 상황에서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더 낮은 비용 조건을 갖춘 제약업체들의 참여를 촉진해 진정한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비정부기구 및 인도주의 단체가 세계백신면역연합이 협상한 할인가로 백신을 조달받지 못하는 상황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아동, HIV 감염 아동, 적정 접종 연령이 지난 아동 등 취약 집단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백신면역연합이 협상한 최저가로 약품을 구하지 못해 지난 4년간 폐렴구균 백신을 두고 화이자 및 GSK와 길고 긴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약업체들이 국경없는의사회에 후원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현장의 요구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구호활동의 특성과 더 많은 국가에서 취약 집단에 예방접종을 하고자 하는 계획을 고려하면 이는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취약 계층 예방접종 실시에 앞장서고 있는 인도주의 단체들도 협상된 할인 가격에 백신을 구할 수 있도록 세계백신면역연합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