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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코로나19로 영구적인 해결책이 불확실해지며 다다브 난민 캠프의 정신건강 위기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0.10.19

다가할리 캠프의 난민이 정신건강 진료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MSF

수십만 명의 소말리아인이 몇 십 년째 체류하고 있는 케냐 다다브(Dadaab) 난민 캠프에서는 최근 정신건강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절망과 불안, 공포가 억눌린 상황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난민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도록 내몰리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다브 난민 캠프를 이루는 세 개 캠프 중 하나인 다가할리(Dagahely) 캠프의 100병상 규모 병원에서 정신건강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진료소는 우울증, 조현병, 인격 및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9월 케냐 다가할리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진료소. ⓒ MSF

현재 캠프 거주민의 정신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다가할리에서는 자살 시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심리사회적 상담도 작년 505건에서 올해 766건으로 전년 동기대비50% 이상 증가했다. 최근 2개월 사이 캠프에서는 5건의 자살 시도가 보고되었고, 이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미 다다브의 많은 난민은 영구적인 해결책 모색에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고, 여기에 코로나19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마저 축소되었다. 세계식량계획은 식량 배급을 40% 감축해야 했고, 다른 단체들도 활동을 크게 축소하여 기초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심각히 저해되었다. 

식량 배급이 감소하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정신건강 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지난 8월 다다브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하렛 압디라흐만(Haret Abdirahman)의 24세 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며 다카할리 캠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등학교 교육을 마쳤지만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캠프에서 지내야 하는 삶이 힘들다는 말을 계속 했어요.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습니다.” _ 하렛 압디라흐만 / 다다브 난민 캠프 거주민

하렛 압디라흐만이 막내 아들과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하렛의 첫째 아들은 2020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MSF

영구적인 해결책 부재

 “코로나19는 캠프 내 난민들이 비인간적인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없애 버렸습니다. 코로나19는 실낱 같은 희망에 기대고 있었던 이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 캠프 내 절망감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_예룬 매티스(Jeroen Matthys) / 국경없는의사회 다다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케냐에서 재정착하는 난민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감소했고 이제는 거의 완전히 중단되었다. 대부분의 난민들에게 있어 안전하지 않고 의료 시스템이 부족한 소말리아로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8월부터 케냐에서 소말리아로 되돌아간 사람이 없다고 발표했다. 난민을 위한 국가 차원의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며 난민의 지역 통합에 대한 약속도 점차 잊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지만, 이전부터 다다브 난민을 위한 유의미한 조치가 부족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난민 위기 중 하나인 소말리아 난민에게 지역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던 2017년 나이로비 선언(Nairobi Declaration)에서부터 제1회 글로벌난민포럼(Global Refugee Forum)에서 이루어졌던 지원 계획에 이르기까지 여러 약속들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그나마 난민의 교육 기회 확대에 있어 약소한 진전이 있었지만, 이 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약화되었다.

30세인 파지아 모하메드(Fawzia Mohamed)는 1992년 겨우 두 살이 되었을 때 가족과 함께 캠프로 왔고 지금까지 캠프에 거주하고 있다. 파지아는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확실성으로 절망에 빠져있다.

“한 국가에서 30년을 살면서 국적이 없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우리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난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현실은 이 캠프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캠프 내 실업률이 매우 높은데, 이동 제한이 완화되면 난민들의 생활 여건이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_파지아 모하메드 / 다다브 난민 캠프 거주민

대부분의 소말리아 난민들은 난민 캠프 이외에는 본 것이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답답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고 달성 불가능해 보인다.

다다브의 난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라는 ‘종신형’과 같은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장기적인 캠프 생활 뿐 아니라 비인간적인 캠프에서 벗어난 삶의 희망이 빠르게 사라지며 난민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되는 결과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커져가는 불확실성 

코로나19가 난민 캠프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다다브 난민 캠프가 여러 후원기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여파로 난민들이 외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받던 송금액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러 지역사회가 타격을 받을 것이며, 가난하고 소외된 케냐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난민의 경우,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해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아주 작은 충격에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케냐 정부는 코로나19 회복 계획을 구상함에 있어 난민을 통합하는 것으로 다다브의 잊혀진 난민을 위한 영구적인 해결책 모색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여러 후원기관에게는 난민과의 전 세계적 연대를 보여주기에 지금보다 적절한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재정착이나 상호보완적인 대안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도 케냐 정부의 책임을 나누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_다나 크라우제(Dana Krause)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다가할리 난민 캠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가 설치된 시점부터 오랫동안 다다브의 난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서비스는 수용 지역사회에도 열려 있으며, 캠프 내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거부당하고 있는 미등록 난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생명선이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은 다가할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난민 및 수용 지역에 종합적인 일반 및 전문 의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에는 성·생식 보건 서비스,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의료 및 심리 지원, 정신건강 치료, 통증완화 치료 등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적절한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환자 중증도 구분 구역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격리 구역 설치하며, 보건교육을 제공했다. 다가할리 캠프에는 10 병상 규모의 격리실을 설치했고, 필요시 40 병상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수용력을 갖췄다. 또한 최전방 대응 인원 풀을 구성하기 위해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훈련을 제공했다. 동시에 가리사(Garissa)와 와지르(Wajir) 지역 정부를 지원하여 지역병원 두 곳에서 의료인력 훈련을 조직하고 감염 예방 조치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