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는 6월부터 인도 뭄바이 시청(MCGM)과 협력해 코로나19 검사, 샘플 채취, 진단, 경증∙중등증 환자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 Abhinav Chatterjee/MSF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지난 10월 2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전 세계적 집단면역이 달성되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모든 국가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진단키트 및 기타 기술과 관련된 지식재산(IP)이나 특허를 허가하거나 집행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20년 전 저렴한 HIV/에이즈 복제약 사용을 위해 여러 정부가 힘을 모았던 사례와 유사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요청이 승인될 경우 각국의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정부에 이 요청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10월 15일 진행된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greement, 이하 TRIPs)’를 시작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 세계적 대유행의 상황에서 평소와 같이 이윤을 추구할 여유가 없고,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 특허나 폭리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유행 기간 동안 치료 제공자와 정부는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밸브, 진단키트 시약 등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인도와 남아공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코로나19 의약품, 치료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_리나 멘가니(Leena Menghaney)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남아시아 대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은 특수 상황 시 세계무역기구 협정의 의무 조항 일부에 대한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 회원국들이 면제에 동의할 경우 각 국가는 모든 코로나19 의약품 및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특허 및 산업 설계, 저작권, 업무상의 비밀) 허가 및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까지 제약회사나 코로나19 관련 의료제품 제조사는 대유행 기간 동안 필요한 의료제품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등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로 유일하게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remdesivir) 특허권자인 길리어드(Gilead)는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혜택으로부터 제외되도록 하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 가격을 낮춘 복제약 경쟁이 불가한 것이다.
2020년 6월 길리어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렘데시비르 5일분의 가격이 미화 2,340 달러가 될 것이라 발표했다. 렘데시비르 개발을 위해 공적 자금 7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았고, 가격 책정 조사에 의하면 1회 치료과정 당 제조비가 9달러 미만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한편, 렘데시비르 공급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나아가 현재 코로나19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신규 및 용도 전환된 항바이러스 단클론 항체 치료제 등 새로운 생물의약품은 브라질과 남아공,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특허 보호를 받고 있다. 즉, 각 정부가 특허 완화에 있어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이러한 치료법의 효능이 검증되더라도 여러 국가의 제조사에서 생산∙공급하는 것이 가로막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무수한 특허 신청이 있었다. 모더나(Moderna)가 백신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전령리보핵산(mRNA) 플랫폼 기술에 대한 특허 100 여건도 포함된다.
백신 접근성 있어 특허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제약회사 로비 단체들의 허위 주장에 반대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폐렴과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사례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저가 백신 도입을 저해하는 특허의 ‘위축 효과(chilling effect)’에 대해 문서화했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시하고, 존재하는 모든 코로나19 의료 도구의 공급을 늘려 이 전 세계적 대유행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안을 지지할 것을 모든 정부에 촉구합니다. 수십억 달러의 공적 연구 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필요를 무시한 채 자사의 최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때까지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_캔디스 세호마(Candice Sehoma) 국경없는의사회 남아공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옹호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