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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2021.12.09

중미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서 무장단체들 간 충돌이 거세짐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정치경제적 위기로 폭력이 만연하고 치안이 불안정하다. 지난 7월 발생한 조브넬 모이즈(Jovenel Moise)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이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개월째 수도 곳곳에서 다양한 집단 간 무력충돌과 폭력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총격, 방화, 약탈 등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연료난까지 발생하여 의료서비스 등 필수 사회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의료 접근성 또한 크게 저하됐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델마스5(Delmas 5) 실향민 캠프의 한 여자 아이. ©Pierre Fromentin/MSF 

 

피난민을 위한 지원 시급

포르토프랭스에서 폭력 사태와 무력충돌이 이어지며 최근 몇 달간 약 19,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장애를 가진 사람 등 취약 인구도 있는데, 대부분이 거주지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어쩔 수 없이 피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사람들이다.

시내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총성이 들렸습니다. 집까지 갈 수조차 없었고, 집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모든 게 전부 불에 타버렸어요. 저를 포함해서 마을 사람들이 전부 피난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파크셀티크(Parc Celtique)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곳 상황은 참담합니다. 수중에 아무것도 없어요. 음식, 화장실, 잘 곳이 가장 급합니다. _ 마리 조세(Marie-Jose) / 피난민 여성

친지의 집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은 파크셀티크와 같은 임시 캠프로 향했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의 학교, 스타디움, 교회 등 8곳에 임시 캠프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 임시 정착지들은 위생 수준이 열악하고 과밀집되어서 실향민들이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받으며 취약성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여성과 소녀의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고 안전지대가 없는 임시 캠프 내에서는 성폭력, 성추행과 물리적 폭력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델마스 5 실향민 캠프 전경. ©Pierre Fromentin/MSF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크셀티크와 델마스 5 지역 생이브(St. Yves) 교회의 임시 정착지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식수를 공급하며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델마스 103 지역의 학교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10월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지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현재 피난민을 위한 식량, 식수위생 서비스, 영구 거처 등 인도적 지원의 확대가 시급하다.

피난민들은 대부분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매트리스도 없이 잠을 청합니다. 음식은 물론 깨끗한 식수도 매우 부족합니다. 심지어 일부 캠프에는 샤워 시설도 없기 때문에 방수포로 만든 간이 가림막 뒤나 개방된 곳에서 양동이를 사용해 샤워해야 합니다. 다른 캠프에는 화장실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노상 배변을 해야 합니다. 매우 과밀집된 환경인 데 더해 생활 여건이 매우 열악해 설사성 질병이나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커 우려스럽습니다. _마리아나 코르테시(Mariana Cortesi)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무차별적 폭력의 희생양이 된 민간인

사회적 불안정이 팽배한 가운데 포르토프랭스에서는 폭력이 계속해서 거세지고 있다. 2021년 5월,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Tabarre) 병원의 한 직원이 퇴근길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매일같이 총상이나 자상, 폭행으로 인한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한다.  

포르토프랭스 어딘가에서 무력충돌이 발발하면 하루에 많게는 12명이 넘는 부상자가 병원에 유입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_ 타니아 요아힘(Tania Joachim) /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 수술실 간호사

최근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팔에 부상을 입은 3세 아동환자 오스메(Osmé). ©Pierre Fromentin (MSF)/MSF 

 

화상 및 외상 전문 병원인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에 따르면 폭력 사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쌍둥이를 임신 중인 마누엘 리나(Manuelle Lina)는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총격전을 피해 달려오던 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즉시 타바레 병원으로 이송된 마누엘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당시 한쪽 발과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그 때만 해도 배 속의 아이들은 무사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두 아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_ 마누엘 리나 /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 환자

2021년 한 해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센터에서 매달 평균 약 100명의 총상 환자를 치료했다. 지난 6월, 이 응급센터를 대상으로 한 총격이 발생하여 병원 위치를 마르티상(Martissant)에서 투르고(Turgeau)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은 주로 투르고 응급센터에서 이송된 외상 환자를 받는데, 외상 환자 중 절반 정도가 폭력 사태의 피해자다.

 

여러 번의 총상을 입은 채 응급센터에 입원한 환자. ©Pierre Fromentin (MSF)/MSF 

 

아이티 전역, 특히 포르토프랭스에는 성∙젠더기반 폭력 또한 횡행하고 있다. 성∙젠더기반 폭력 생존자는 대부분 여성과 소녀인데, 통계에 따르면 15~49세 아이티 여성 8명 중 1명이 성∙젠더기반 폭력을 겪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4시간 무상으로 제공되는 유선 상담 서비스뿐만 아니라 포르토프랭스와 고나이브(Gonaives) 지역에서 두 개의 성∙젠더기반 폭력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성∙젠더기반 폭력 생존자 7,000여명을 치료했는데, 이 중 절반은 18세 이하 미성년이었다. 최근 몇 주 사이 국경없는의사회는 성∙젠더기반 폭력 양상에 변화를 목격했는데, 많은 생존자가 납치와 성폭력을 당했고, 가해자는 한 명 이상의 무장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졌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

아이티의 성∙젠더기반 폭력 생존자들은 의료서비스나 법적 보호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성폭력 생존자들은 수치심, 낙인, 피해 사실의 공개, 사회적 대가를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에 가기까지 어려워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다. 폭력이 만연한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거나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의료시설 또한 운영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해 포르토프랭스 일부 지역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저하됐다.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마르티상에서 운영하던 응급센터뿐만 아니라, 시테솔레일(Cité Soleil)에서 운영하던 화상치료 프로그램도 올해 2월 발생한 무력충돌로 인해 타바레 지역으로 이전해야 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연료난으로 의료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버거워졌고, 성∙젠더기반 폭력 생존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것 또한 힘들어졌다.

교통비가 5배나 치솟아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걸어오지 않는 한 의료시설에 올 방법이 없습니다. 교통비를 감당할 수 없거나, 교통편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_ 마리아나 코르테시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연료난은 공공기관, 은행, 수자원 공급, 상점, 필수품 가격 등 사회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안정과 불확실함이 계속되면서 아이티에서 의료지원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반면 필요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무상으로 의료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현재 아이티의 상황은 재난과도 같습니다. 신속히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_ 타니아 요아힘 /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 수술실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