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바이도아 피난민 캠프에서 아동의 영양상태를 측정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MSF/Suleiman Hassan
4년째 이어진 가뭄에 소말리아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우기 대신 가뭄이 찾아올 전망이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서남부 바이도아(Baidoa)시에서 전개하고 있는 영양실조 대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급성 영양실조 아동 급증 대비에 나섰다.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더해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으로 치안은 날로 악화하고, 인도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바이도아 지역 주민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홍역같이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동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개 피난민 캠프 등 인구가 과밀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설치된 임시 캠프는 식수위생이 열악해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기 쉽고, 이는 영양실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말리아는 이례적인 홍수, 가뭄, 분쟁과 전염병 등 4중고를 겪고 있는데, 하나의 악재에서 회복할 틈도 없이 또 다른 악재가 연이어 지역을 덮치고 있다. 농사에 실패하고, 가축이 죽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되어 식량을 구하기 힘들어졌다. 고향에서 먹고 살 방법이 사라져 정든 집을 떠나고, 살기 위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이들이 막막함을 호소한다.
바이도아를 덮친 가뭄, 영양실조, 전염병 사태에 관한 5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1. 바이도아는 소말리아에서 두 번째로 피난민이 많은 도시다.
바이도아는 수도 모가디슈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난민이 몰려 있는 도시로, 기존에 거주 중인 60여만 명에 더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20여만 명의 피난민이 추가로 유입되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영양실조·홍역·콜레라 대응팀을 파견해 바이도아 인구의 약 20%를 지원 중이다.
2. 매주 500명 이상의 급성 영양실조 아동 환자가 발생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 1~8월 사이 아동 206,000여 명을 검사해 23,000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을 확인했다. 그중 일부는 이미 위중증 상태로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온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바이도아에서 20개의 이동진료소와 32개의 영양실조 관찰실을 운영 중이며, 올해 초부터 8월까지 12,000명 이상의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했다. 8월에는 한 주에만 955명의 아동을 검사하고, 761명을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대부분이 지역에 새로 유입된 피난민이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매주 500여 명의 급성 영양실조 아동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3. 가뭄과 영양실조로 이미 심각한 현지 보건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진 가뭄으로 현지의 영양실조 위기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바이도아의 현 의료시스템늠 수십만 명의 추가 피난민을 감당할 수가 없다. 장기화된 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인도적 지원은 불충분한데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식료품 및 기름값 상승까지 중첩되는 등 연이은 악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4. 영양실조와 치명적 질병의 악순환
전염병에 걸리면 영양실조가 악화하는데, 영양실조 환자는 전염병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역
홍역은 소말리아의 풍토병인데 소말리아에서 올해 1~6월 사이에 발생한 홍역 환자는 2021년 발생한 총 환자수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2년 1~8월 사이에만 5,460명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바이도아에도 홍역이 재유행 중인데 환자 중 30%가 5세 이상 아동이며 대부분 바이도아에 새로 유입된 피난민이다.
►콜레라
지난 4월부터 바이도아에 콜레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5~8월 사이 15개 시설에서 14,112명의 콜레라 환자에게 경구 수액 치료를 제공했다. 이 중 989명은 국경없는의사회 콜레라 치료센터에 입원했다.
5.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신속하고 지속가능하며, 종합적인 대응을 전개해야 한다.
소말리아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치안 불안이다. 현재 극심한 가뭄의 피해를 입고,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영양실조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영양실조 위기에 대응하려면 통합 영양실조 프로그램, 15세 이상 청소년 대상 홍역 예방접종, 경구 콜레라 백신 접종, 식수위생 환경 개선 등 필요한 의료지원을 시급히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말리아 바이도아 피난민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외래환자 진료시설을 방문한 보호자가 아동에게 치료를 위한 우유를 먹이고 있다. ©MSF/Suleiman Has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