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이하여, 예멘·아이티·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4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10,000명 이상 간호사들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전개하는 인도주의 활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국경없는의사회 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직업군이 간호사라는 뜻이다. 이들이 나누는 직업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아니스 압드라보 다얀
: 예멘 아덴 외상센터 집중치료실
예멘 아덴 병원 집중치료실의 간호사 아니스 압드라보 다얀 ©MSF
간호사 아니스 압드라보 다얀(Anis AbdRaboh Dayan)는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아덴 외상센터의 집중치료병동 간호사로 11년째 근무해오고 있다.
첫 시작은 입원 병동이었어요. 드레싱 하는 법이나 주사를 놓는 법 등 여러 교육을 받았고 프로토콜에 맞춰 일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그 후 입원 병동보다 더욱 민감한 집중치료병동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니스 압드라보 다얀과 동료 간호사들 ©MSF아덴 집중치료실에서는 흉부, 복부, 골반, 상하지 및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외상을 치료한다. 병원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합병증이 생긴 환자도 많다.
아니스에게 집중치료실로의 전근은 인생에 있어 중요하고도 설레는 기회였다. 특히 예멘에서는 간호사로서 커리어를 개발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이론과 실습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특히 기계환기 요법이나 혈관 손상 환자를 다루는 법, 개복술 등 크고 복잡한 수술 후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더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경험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정말 새로웠어요.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멘 남부 해안지역인 아덴의 국경없는의사회 외상센터는 내전으로 인한 급성 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2012년 개소했다. 2022년, 392명의 환자가 아덴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제시카 플뢰르몽
: 아이티 타바레 병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Tabarre) 병원의 집중치료실 간호사 제시카 플뢰르몽(Gessica Fleurmond)은 벌써 13년째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무장단체 관련 폭력사태와 범죄,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외상 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높은 상황이다.
타바레 병원 집중치료실 간호사 제시카 플뢰르몽 ©MSF/Alexandre Marcou
집중치료실에는 주로 두부 외상, 복부외상, 외상 후 사지 혈관손상 등을 입은 환자가 찾아옵니다.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이기 때문에 집중 치료가 필요하며, 계속해서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돌봐야 합니다.”
제시카는 집중치료실 간호사로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환자를 보는 것은 매번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너무 위독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계속해서 치료하고, 약을 주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요. 이럴 때는 마음이 지치고 힘듭니다. 특히 환자의 부모님이 와 있을 때 더 힘듭니다.
아이티 간호사들에게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사람이 되라고 전하고 싶어요. 의료윤리, 공감 능력, 헌신 등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용기를 갖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티의 상황으로 인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암울한 측면만 보다 보면 병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의욕을 잃고 말 것입니다. 매순간 환자에게 집중해야 해요. 저희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 간호는 계속해서 한계에 도전하고,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을 뒷전에 둬야 하는,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 앞을 지나가는 여성 ©Guillaume Binet/MYOP
국경없는의사회는 1991년부터 아이티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외상병원은 2019년 개소되어 응급치료, 수술, 화상, 심리적 치료 및 물리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타바레 병원은 50병상 규모의 외상 집중치료실과 20병상 규모의 중증 화상 집중치료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2년 집중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316명이다.
나오미 비스와스
: 방글라데시 고얄마라 병원
나오미 비스와스(Naomi Biswas)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에 위치한 고얄마라(Goyalmara) 모자보건 병원의 집중치료실 간호사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아 집중치료실에서 폐렴, 수막염, 패혈증, 저혈량성 쇼크 등을 앓는 아동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팀에 소속되어 있는 그는 위중증 아동 및 가족에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오미는 2021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고얄마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MSF
환자 및 보호자와 공감대를 쌓을 수 있고 저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간호사로서의 가장 큰 이점입니다.
간호사는 정말 멋진 직업입니다. 환자가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힘쓰죠. 보람찬 직업이에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마인드가 건강한 간호사가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져야 해요.”
소아 집중치료팀에서 근무하는 나오미 ©MSF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고얄마라 모자보건 병원은 로힝야 난민 및 현지 방글라데시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2017년 개소했다. 2022년, 5세 미만 아동 1,975명이 소아병동에 입원했는데, 이 중 1,398명이 소아 집중치료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또한 2022년 한 해에만 1,082명의 신생아가 이 병원에 입원했다.
테오필루스 티오논구
: 나이지리아 자훈 종합병원
나이지리아 북부 자훈(Jahun)의 자훈 종합병원 모성병동 집중치료실에는 임신 합병증이나 출산 문제로 여성이나 청소년이 매일 같이 입원한다. 전문 집중치료실 간호사 테오필루스 티오논구(Theophilus Tyonongu)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로서는 근 2년째, 집중치료실 간호사로서는 11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테오필루스와 임신 및 출산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꾸려진 다학제팀 동료들 © Holger Vieth/MSF
자훈에서는 여성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여러 이유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병원에 늦게 도착하는 여성이 많다.
집중치료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대부분 사는 곳과 병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상태가 악화할 때까지 있다가 병원에 늦게 온 경우입니다."
전문 집중치료실 간호사 테오필루스 티오논구 ©Holger Vieth/MSF
간호사로서 가장 좋은 점은 환자의 삶에 치료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돌봐 준 사람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죠.
나이지리아의 간호 업계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특히 나이지리아 간호 및 조산 협회가 매우 혁신적인 방법으로 체계를 개선해 주고 있습니다. 전 우리 나라 간호사들이 조금 더 헌신적으로 일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욱 열정적으로, 더욱 과학적인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어요. 간호 전문 인력이 더욱 많아져 나이지리아가 다른 나라와 비견될 만한 수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자훈 종합병원에서 나이지리아 보건부와 공조하여 모성 및 신생아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임신 합병증 사례를 줄이기 위해 네 곳의 보건센터에서 양질의 산과 및 신생아 치료, 필수 산과 치료와 관련된 종합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모성 병동에 12,621명의 여성이 입원했고, 7,900회의 분만을 지원했으며, 1,890명의 여성이 중증 합병증으로 인해 집중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