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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이티: 폭력사태 대응 위한 이동진료소 활동

2023.05.19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의 주민은 경제 위기 뿐 아니라 급증하는 폭력 사태와 불안정한 치안, 총격 및 납치 위협 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거의 매일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마을에 고립되다시피 한 아동과 성인, 고령자 수백 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팀은 7,781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특히 큰 델마스(Delmas), 벨 에어(Bel-Air), 바스 벨 에어(Bas Bel-Air) 지역에 300,000리터가 넘는 식수를 제공했다. 또, 2월에는 포트 내셔널(Fort National)과 포스트 마르샹(Poste Marchand) 지역에서 폭력 사태로 발생한 국내실향민에게도 300,000리터의 식수와 위생키트 607개를 보급했다.

포르토프랭스 이동진료소 앞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 팀원들, 2023년 2월. ©Alexandre Marcou/MSF

인도적 위기

아이티에서 잇따라 발생한 주요 정치, 사회, 경제적 사건들은 복잡다단한 인도적 위기를 낳았다. 포르토프랭스 전역에서는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 식수위생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낮아졌으며, 폭력 피해를 본 마을의 상황은 특히나 심각하다. 게다가 무장 단체 간의 분쟁으로 도시 밖으로의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대부분의 지역민이 위험에 노출된 채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진료소의 역할

일주일에 최소 네 번,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간호사, 심리학자, 보건 증진 교육 담당자, 조산사, 식수위생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 물자를 나르는 차량 3대를 타고 포르토프랭스 중심부의 도심 폭력 피해가 발생한 지역으로 향한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동진료소를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폭력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이 운영을 중단하기까지 했어요. 일부만 운영 중인 의료시설은 대부분 접근이 어렵고, 치료비가 비싸죠. 폭력 사태로 불안정한 치안 때문에 사람들은 이동을 꺼립니다. 유탄에 맞을 위험도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나가더라도 교통수단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공공 의료시설은 인력, 의약품,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료시설에 도착했다고 해도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진료소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동진료소는 폭력 피해 지역의 환자와 의료서비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다시 말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 미셸 트레이니티(Michele Trainiti) / 국경없는의사회 아이티 현장 책임자

이동진료소 활동 시작 전 브리핑을 진행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다이애나 마닐라 ©Alexandre Marcou/MSF

정신 건강, 성생식 보건 및 그 외 문제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심리학자 카미유 도흐메튀(Camille Dormetus)는 만연한 폭력이 정신 건강에 심각한 여파를 미친다고 전했다.

총소리,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친지의 죽음 등은 이동진료소를 찾는 환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트라우마 중 극히 일부입니다. 불안, 우울, 수면장애, 과경계 등을 겪는 환자를 많이 봤고, 그중에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정신활성물질에 기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_카미유 도흐메튀 /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일평균 50에서 70명 정도의 환자를 치료하는데, 대부분 성매개 감염병을 앓는 젊은 여성, 만성 통증과 고혈압에 시달리는 중장년 여성, 그리고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동 환자입니다. 이동진료소는 사람들에게 무상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을 제공할 유일한 창구이지만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정밀 진단까지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_잉글리드 에메란(Engleed Emeran)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이렇듯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의료지원이라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동진료소에는 옴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팀도 있는데, 옴은 전체 진료소 기준 가장 흔한 질병이다. 옴은 옴진드기가 표피 속으로 파고들어 감염되는 전염성 피부 질환으로, 특히 물 접근성이 차단됐거나 위생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보건 증진교육 담당자가 옴 발생 원인과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Alexandre Marcou/MSF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를 통해 관련 교육과 더불어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환자의 경우 다른 의료시설로 이송하고 있습니다. 또한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위생 시설이 있지만 열악한 경우에는 보수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어떤 지원을 더 제공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지만, 지원 필요 규모가 너무나도 큽니다.”_미셸 트레이니티 / 국경없는의사회 아이티 현장 책임자

변화하는 필요에 대응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의 운영이 중단되었는데, 대규모 시위와 아이티 전역을 휩쓴 콜레라 유행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콜레라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이동진료소 팀이 재배치 되어 대응했으며, 신규 치료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기반 대응 조치를 취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2022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6,829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다. 현재는 이동진료소 운영이 재개되었으나, 폭력의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 유동적인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국경없는의사회 포르토프랭스 이동진료소에서 콜레라 유사 증세에서 회복하기 위한 경구 수액을 처방받는 환자 ©Alexandre Marcou/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에서 30년간 활동하며, 아이티 주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동진료소 팀은 약 17,800건의 진료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