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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국경없는의사회, 최연소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

2013.03.18

호엔박사가 간호사와 9개월된 환자를 진찰하고있다.

쉬린모(Shirinmo)는 타지키스탄 두샨베(Dushanbe)에 위치한 폐결핵 소아과 병원에 있는 다른 아이들 못지 않게 활발하고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대기실 바닥을 이리저리 바쁘게 기어 다니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콜록거리며 숨을 헐떡이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태어난 지 9개월밖에 안된 쉬린모는 치명적인 병을 갖고 있다. 전염성이 높고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다제내성결핵(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TB)이라 불리우는 병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크리스토프 호엔 박사(Dr. Christoph Hoehn)는 “쉬린모 보다 더 어린 결핵 환자는 본 적이 있지만 다제내성결핵 환자 중에선 이 아이가 가장 어립니다. 영아는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병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습니다”고 말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2011년 말 타지키스탄에서 영유아 다제내성결핵 치료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쉬린모가 가장 최근에 다제내성결핵 진단을 받은 사례이다. 신속하게 이 병을 발견해 내기 위해 2013년 2월 이 병원에 처음 도입된 두 가지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쉬린모의 병을 진단해 냈다. 가래를 유도한 뒤 식염수를 주입함으로써 폐에 있는 가래를 쉽게 빨아 내는 이 방법은 생후 1개월 된 신생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 이를 통해 채취한 가래는 검사 시간을 42일 에서 2시간으로 단축시키는 새로운 약제내성결핵검사인 진엑스퍼트 (GeneXpert) 를 통해 분석한다.

기존에는 시중에서 영유아를 위한 다제내성결핵 약을 구할 수 없어 아이들은 대게 크기도 크고 삼키기도 어려울뿐더러 역한 맛이 나는 성인 알약을 먹어야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두샨베에서 아이들을 위한 다제내성결핵 약을 만들었다. 영아에서부터 청소년까지 복용할 수 있게끔 투약량을 계산해 좋은 맛이 나는 용액에 약을 용해시켜 시럽형 약을 조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타지키스탄에서 처음으로 이 약을 사용해 쉬린모를 비롯한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다제내성결핵을 이겨내기 위해 어린 쉬린모는 큰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향후 18개월 동안 시럽약과 두 종류의 다른 약을 복용해야 하며 그 중 6개월 동안은 주사도 동반된다. 치료과정이 길고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들도 치료를 꾸준히 받기 쉽지 않아 한다. 호엔 박사는 메스꺼움, 구토, 관절 통증과 같은 부작용이 아이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다행히도 아이들이 오히려 더 쉽게 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약제내성결핵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방법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MSF’s Access Campaign)의 자문위원인 그라니아 브릭덴(Grania Brigden)은 “결핵에 걸린 아이들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습니다. 특히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죠. 결핵 치료와 검사에 관련된 모든 신기술들이 반드시 영유아 치료에도 시급히 적용되게끔 만전을 기해야 하고 다제내성결핵 치료 약품도 아이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조제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조기에 결핵을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아이들의 경우 완치될 확률이 높다. 호엔 박사에 따르면 쉬린모는 보통 결핵 환자들과는 달리 영양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쉬린모의 어머니가 치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게만 한다면 전반적으로 완치 확률이 꽤 높다고 한다.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8개월 후에는 두샨베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최연소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완치를 축하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타지키스탄에서 다제내성결핵을 앓고 있는 30명의 아이들과 청소년을 치료하고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이름은 가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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