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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 삶과 미래를 그리는 능력을 잃은 사람들

2013.05.08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인 오드리 마지스(Audrey Magis)는 시리아 북부에서 두 달간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국경없는의사회가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가 활동했던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제가 심리학자라고 밝히면 사람들이 약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제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년 간 전쟁이 격렬하게 지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가정에서 겪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어른들은 일자리가 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천막에서 살거나 혹은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한 방에서 비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충격적인 사건들을 경험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을 잃었고,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집이 파괴되는 것을 보았고, 또 폭격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정체성의 상실…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나이 든 남성들은 사회 그리고 가족 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혹은 전쟁에서 싸우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들이 가지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는 무관하게 여러 차례 연달아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제가 그들을 찾아가지 않아도 그들이 찾아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제가 제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적으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렇게 변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요.

저는 아이들과의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갈수록 힘들어하는 많은 여성들을 보았습니다. 사용 가능한 피임약이 거의 없어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현재 그들에게는 아이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저는 출산이 임박했음에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여러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아기침대도, 아기 옷도 없으며 아기 이름에 대한 생각도 해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마치 삶과 미래에 대해 그려보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곳의 아이들은 모두 전쟁 놀이를 합니다. 장난감 자동차나 다른 평범한 놀이 대신, 서로를 총으로 쏘는 시늉을 하면서 놉니다. 간혹 당나귀에게 돌을 던지거나 동물을 학대 하는 아이들도 보았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이전에 전쟁에 참가했던 이십 대의 젊은 청년들은 저에게 우울증, 외상 스트레스, 회상, 악몽 등을 호소했습니다.

의미의 상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이웃 및 친구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겁에 질려있는 상태이고, 더 이상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목적이 있었을 지 모르나, 2년이 지나면서 목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한계점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사람들은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생활하며 어떻게든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2년간의 전쟁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대처하며 지내는 놀라운 능력을 스스로 만들어 냈습니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 무너진 동네 (2013년 1월)

미치지 않았다는 것

때로는 한 회 상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정상적이며, 미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더 걸리는 다른 환자들도 있습니다. 이들과는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행동요법을 통해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다가가야 합니다. 긴 분석 상담을 위한 시간은 없지만, 이와 같이 짧은 형태의 치료요법 기술로도 매우 좋은 심리적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전쟁 속에 태어난 아이

저는 임신 6개월의 한 여성 환자를 기억합니다. 그녀는 병원에 와서 조산을 요구했습니다. 어떤 의학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제왕절개로 아이를 될 수 있는 한 빨리 출산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녀는 매우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녀는 전쟁 중에 가진 이 아이 때문에 힘에 부치며 아이가 자신의 모든 기력을 떨어뜨린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싶었으나,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긴장 완화 운동 계획을 세웠고 수첩을 만들어 그녀가 긴장을 느낄 때와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긴장하게 했는지를 적게 했습니다. 몇 번의 상담 후 우리는 그녀의 출산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상담 시간에 그녀는 곧 태어날 아기의 옷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까지 아기 이름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상태는 크게 호전되었으며 출산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그 곳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날, 마지막 상담의 마지막 환자였습니다. 저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그 프로젝트를 떠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