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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2010년 대지진 이후 5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보건의료 분야

2015.01.12

2010년 1월 12일에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 이후로 정확히 5년이 지났습니다. 아이티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0년 대지진으로 22만 명이 목숨을 잃고 3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5년간 재건 노력이 이어진 아이티의 현재 상황, 그리고 현재 아이티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 아이티 현장 책임자 올리버 슐즈(Oliver Schulz)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도시 한가운데 보이는 무너진 건물과 잔해들 ©Julie Remy

Q. 대지진 이후 5년, 현재 아이티의 전반적인 의료 및 인도주의적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평가하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10년 1월 12일,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아이티 보건 체계의 60%가 일순간 무너졌습니다. 또한 아이티 전체 의료진의 10%는 목숨을 잃거나 나라를 떠났습니다. 그야말로 재앙이었죠. 당시 국경없는의사회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재배치하고, 컨테이너 병원들을 짓고, 임시 대피소에서 일하며, 공기 주입식 텐트 병원까지 세워야 했습니다. 대지진 전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19년간 아이티에서 활동하면서 현지 의료 체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해오던 곳에서, 아이티 대지진과 같은 재해는 현지 보건 체계에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 아이티 주민 대다수가 여전히 그들에게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허덕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아이티 공립병원 중에 유일하게 정형외과 진료를 하는 아이티 대학병원(Hôpital de l’Université d’Etat d’Haiti, HUEH)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여 원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몇 병원을 짓는 데 재정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예, 프랑스 계열의 유통회사 카르푸 내에 지은 병원), 주의를 기울여 훈련된 의료진 확보, 의약품 및 의료 물자 구비, 운영자금 확보, 적절한 유지관리 등을 미리 계획하지 못해 병원들이 형체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Q. 후원자들의 기부금이 아이티 상황을 실제로 개선하는 데 활용되었습니까?

분명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대지진 이후로 아이티에 들어온 어마어마한 후원금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저희가 추적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이티 주민들이 ‘힘겨운 상황을 딛고 일어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엄청난 후원금을 보건의료 분야에 충분히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러 단체들이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아이티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도 점차 직접적인 지진 대응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변모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 보건의료 체계에 나타나는 격차를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티의 재건 프로젝트들이 더 잘 계획되었다면 애초에 그러한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까르푸 병원 건물 바깥에 마련된 임시 수술실 ©Julie Remy

Q. 아이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국경없는의사회는 포르토프랭스, 레오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 병원 네 곳을 운영하면서 긴급 외상 치료, 산부인과 진료, 신생아 긴급 진료, 중증 화상 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시 지역의 폭력 사고가 많고, 심각한 교통사고도 잦고, 외상 사망자 수도 2002년도에는 인구 2만 명당 1명 꼴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만 명당 1명으로 나타날 정도로 급격히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티에서 이루어지는 외상 관련 지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4년, 타바레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한 곳에서만 중증 외상환자 1325명을 치료했고,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6500명 가까이 치료했습니다. 한 달 평균 진행한 수술이 130건에 달했습니다. 생활 환경이 위태롭고, 온 가족이 한 방에 살게 되면서 심각한 화상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높았는데, 당시 아이티에 있던 화상 병원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했던 병원 한 곳뿐이었습니다.

이 같은 활동 외에, 아이티 보건부가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콜레라 또한 우리의 주의가 필요한 중대한 문제입니다. 지난 150년간 나타나지 않았던 콜레라가 갑자기 나타난 이후로 4년이나 지났는데도, 콜레라 긴급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티 정부 및 아이티 후원 협력단체들은 당분간 콜레라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2014년 9월~12월 콜레라 확산 당시, 후원금이 신속히 활용되지 못해 대응 체계가 진퇴양난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콜레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국경없는의사회가 개입하여 콜레라 치료센터를 세우고 아이티 보건부에 재정을 지원했습니다. 이로써 2014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콜레라 증상을 보이는 환자 5600여 명을 치료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콜레라가 한참 확산되던 10월 중순~11월 중순에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콜레라 퇴치를 위한 국가 계획(National Plan for the Elimination of Cholera)’이라는 국립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티에서 콜레라 응급 치료를 제공하는 적절한 체계는 없습니다. 여러 국제기구들과 협력하고 있는 아이티 당국은 긴급 대응 체계를 활성화하고, 속히 콜레라 관리를 국가 보건 체계 속에 포함시켜야 합니다.벨기에 출신 간호사인 자원봉사자 라파엘이 다리, 발에 부상을 입은 12세 소년에게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곧 이송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Julie Remy

Q. 그 밖에 아이티에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아이티 당국과 국제 협력단체들은 아이티 보건의료 분야에 지금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보건 분야에 책정된 예산도 낮은데다, 현재 아이티는 긴급 인도주의 대응 국면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기능을 적절히 완수하는 보건의료 체계를 수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 대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긴급 상황에 미흡하게 대처해서는 안 됩니다. 콜레라 확산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재원을 제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금 메커니즘도 조정해야 합니다. 나아가 더욱 일관된 재건 기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병원을 건축하면서 인력 충원, 재정 마련, 의료 물자 구비와 같은 부문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티 내 몇몇 의료시설은 이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겪은 바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이티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1년부터 아이티에서 활동해왔다. 010 아이티 대지진 이후로 약 10개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36만 명의 환자를 치료했으며 15,000회의 수술을 실시했다. 또한 주민들에게 천막 5만여 개를 배급하고, 매일 50만 제곱 리터의 물을 제공했다. 2014년 10월 28일까지 아이티 보건부에 등록된 콜레라 환자 71만 1558명 중,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환자는 20만 4000명이 넘고, 환자 사망률은 1% 이하였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에서 병원 네 곳을 운영하면서 긴급 외상 치료, 산부인과 진료, 신생아 긴급 진료, 중증 화상 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