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매니저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는 최근 3주간 예멘 타이즈에서 활동했습니다. 타이즈는 7개월간 이어진 분쟁의 최전선이 지나가는 도시입니다. 클레이어 매니저가 현장 상황을 들려 주었습니다.
저는 9월 말에 타이즈에 갔습니다. 예멘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멘으로 가는 항공기도 거의 없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부티에 소형 항공기를 두고 이를 활용하고 있죠. 예멘 수도 사나로 들어가려면 공항을 통제하고 있는 쪽과 영공을 통제하고 있는 쪽, 이렇게 분쟁의 양쪽 당사자들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타이즈 시의 상황은 끔찍합니다.
타이즈는 60만 명이 살고 있는 큰 도시로, 시내 한가운데로 교전선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격렬한 교전이 일어나고 연일 공습이 터집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도 무척 큽니다. 사람들은 행여나 아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을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몇 주 전에 한 아버지가 아이 셋과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네 사람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불과 몇 초 사이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이송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수많은 공습이 밤에 일어납니다. 밤에 누워 있으면 타이즈 하늘 위로 항공기들이 떠다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폭탄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게 되면서, 부디 우리 건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게 되죠. 결국 폭탄이 다른 건물로 떨어지면, 너무 무서운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는 겁니다.
공습으로 생기는 소음은 너무 크고 강렬해서 뼛속까지 그 진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바로 이것이 지난 몇 달간 사람들이 밤마다 겪어 온 일입니다.
타이즈 사람들은 최대한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텅 빈 거리에서는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는 전투원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바리케이트가 있죠. 그런데 바로 골목 하나를 돌아가면 분주한 거리가 나옵니다. 노점에 가려는 사람들, 놀고 있는 아이들로 거리는 북적거리죠.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전쟁의 흔적들이 묻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 둘 셋 공습’이라는 놀이를 하는데, 이 말을 하고 나서 일제히 땅바닥에 쓰러지는 시늉을 합니다.
예멘 전역에서 식료품, 연료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유엔과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부과한 무기 금수 조치 때문이죠. 미국, 프랑스, 영국 등도 이 일에 찬성했습니다. 이 조치 때문에, 물자를 가지고 예멘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선박은 통행이 차단됩니다. 예멘은 전체 식료품과 연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물은 깊은 대수층에서 펌프로 퍼올려야 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펌프 가동에 쓸 연료가 없는 실정입니다. 영양실조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사람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고, 모아둔 것을 소진해 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생활에 대처할 방편이 점점 없어져 가는 거죠.
타이즈 시의 한 지역은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합니다. 약 5만 명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7월 이후로 사실상 포위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검문소를 거쳐 걸어서 고립 지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식량이나 식수, 연료 등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고립 지역 안에 있는 병원 2곳에 전달할 의료 물자를 나르던 우리 트럭들도 6주 이상 검문소에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절망스러운 상황입니다.
원래 타이즈에는 병원 20곳이 있었는데, 공습과 폭격으로 파괴되거나 의약품, 연료, 의료진이 부족해 14곳이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문을 열고 있는 병원 6곳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환자들 대부분은 폭파로 인한 부상이나 총상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운영을 지속하는 병원 한 곳에 가 보니 9~1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넷이 있었습니다. 그중 둘은 형제였죠. 수류탄을 가지고 놀았는데, 그 수류탄이 터지는 바람에 두 명은 심한 부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부상을 입은 아이들은 병원 원장님에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원장님은 병원에 남은 유일한 외과의사이기도 했거든요. 그 모든 수술을 혼자 해내느라 몹시 지쳐 있었습니다. 개인 병원이긴 했지만,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돈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내도 된다고 하셨죠. 우리가 병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원장님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셨어요. 하지만 이 분처럼 어떻게든 예멘 사람들을 돕고자 고군분투하는 예멘 의료진이 무척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타이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국제 단체이지만, 우리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들,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수술 및 수술 후 지원 분야를 돕고 있습니다. 전쟁 때문에 사람들은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여성과 아동들이 의료 지원을 받으러 갈 곳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다음 주에 타이즈에 모자병원 한 곳을 열 계획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최근 예멘 활동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사나, 사다, 아덴, 타이즈, 암란, 알-달레, 이브, 하자 등 예맨 내 8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3월 예멘 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속에 치료를 받은 전쟁 부상 환자는 1만5500여 명에 달하며, 국경없는의사회는 비긴급 의료 서비스들도 제공하고 있다.
※ 위 글은 2015년 11월 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