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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 제로 포인트 – 동구타를 떠나 온 환자들

2018.04.16

 

 

 

2018년 4월 13일

단 한 달 사이에 무려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스트 구타에서 시리아 북서부로 피난을 떠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상을 입거나 병을 앓고 있어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대응 활동에 참여해, 이른바 ‘제로 포인트’이라고 알려진 장소에서 환자들을 분류하고 치료하는 병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은 새로 도착한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장소다. 병원장 레파트 알 오베드(Refaat Al Obed)가 현지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저는 약 1년 반 전에 칼라트 알 마디크 병원이 문을 열 때부터 여기서 일해 왔습니다. 모자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을 찾을 수 없는 지역에 위치해 있어 하루 평균 300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시리아 정부와 무력 저항단체 통제지역 사이의 교전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리아 곳곳에서 교전 당사자들이 화해 협정을 맺거나 사람들이 이들리브로 넘어갈 때, 대개는 바로 이곳 칼라트 알 마디크를 가장 먼저 지나간다는 거죠.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병원 앞에 5000명이 내렸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최대한 준비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몇 주 전에도 그랬습니다. 동구타에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준비를 했죠.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에 연락해서 필요한 의료 물품과 시설들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수술과 재활 치료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으로 환자들을 이송할 수 있을 테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입원 환자들을 분류할 천막을 보내주었고, 의료 물품과 긴급 대응 키트도 보내주었습니다. 물류와 기술적 조언도 해주었죠.

하지만 막상 동구타에서 칼라트 알 마디크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우리는 어마어마한 압박에 놓였습니다. 첫날에는 미처 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병원 앞에 5000명이 내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환자를 치료할 준비는 안 된 상태였는데 말이죠. 실향민들이 들어올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어려움에 맞닥뜨리는데요.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달랐습니다. 들어오는 사람 수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으니까요.

칼라트 알 마디크 병원 앞에 있는 환자 분류 천막

부상을 입었거나 응급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초반 며칠 동안 외상으로 우리 병원에 온 환자가 200명이 넘었습니다. 최근 군사 작전 때 폭격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총상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20여 명의 출산도 도와야 했습니다. 우리 의료진은 날마다 동분서주하며 긴급 상황에 대응했습니다. 게다가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아동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필요사항에 대응할 전문 보건 인력이 없었고, 우리 병원에는 그런 분야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려고 했고,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최대한 그런 기관들로 이송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긴급 상황에서는 우리 병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최선의 도움을 지원해 줄 다른 병원과 기관들에도 의지해야 했습니다.

우리 병원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 수술실이 하나뿐이라서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몰려오면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구호대 하나가 시리아 북서부로 가던 중 총격을 맞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 막 총상을 입은 환자 8명이 우리 병원으로 곧장 이송되었습니다. 수술실이 두세 개는 필요한 상황이었죠.

동구타를 떠난 수많은 사람들은 칼라트 알 마디크와 그 인근에 정착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큰 압박과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에 눌려 있습니다. 날마다 우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만납니다. 날마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 한 달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십 명에 불과한 우리들이 환자 수천 명을 대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참고사항: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부터 동구타 여러 마을의 의료 지원을 도왔다. 직접 동구타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시리아 의료진을 멀리서 지원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부에서 의료 시설 5곳, 이동 진료소 3개 팀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그 밖의 의료 시설 5곳과는 파트너십을 맺어 활동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팀들이 직접 머물 수 없는 여러 지역에 분포한 의료 시설 약 50곳에 원격 지원을 실시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시리아 활동에는 이슬람국가(IS) 통제 지역이 포함되지 않는다. IS 지도부가 안전 및 공정성에 대한 보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시리아 정부 통제 지역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지역에서 제외된다. 지금까지 수차례 활동 승인을 요청했으나 허가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압박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활동에 그 어떤 정부 기금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