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방글라데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규모는 10배 넘게 커졌습니다”

2018.05.04

나야파라 난민캠프 근처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한 어린 아동이 진찰을 받고 있는 모습 ⓒAnna Surinyach/MSF

파블로 콜로보스 /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책임자

현재 로힝야 난민 대다수는 1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캠프에는 대나무 막대기와 비닐로 만든 거처들이 늘 빽빽하게 모여 있었고, 거처 지붕에는 나뭇가지들이 놓여 있으며 거처들 사이사이에는 진흙길이 있습니다.

지난 8월 이후로 수십만 명이 들어와 캠프가 확장되었지만 그 모습은 여전합니다. 거처들의 구조도 여전히 단출하고, 진흙 가림막이 물이 들어오는 걸 막고 있습니다.

캠프 주민 대다수가 지난 9월~10월에 미얀마를 떠나온 사람들이지만 지금도 매주 수백 명이 미얀마에서 탈출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2월에는 근 3천 명이 들어왔습니다. 모두 미얀마의 폭력사태와 어려움을 피해서 온 것입니다.

우리가 캠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대놓고 박해를 받지 않고 날마다 폭력을 당하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분들의 집은 미얀마였죠. 거기서 땅을 일구고 고기를 잡고 삶을 꾸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폭력, 고립, 낮은 지위, 생활고 등 전에 미얀마에서 겪었던 상황 속으로 가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2017년 8월 이후로 수십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로 들어왔다. 이에 대응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원 활동 규모를 대폭 늘렸다. ⓒSara Creta/MSF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은 보건지소 중 한 곳에서 바라본 전경은 충격적입니다. 정착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거든요. 서쪽에서부터 동쪽까지 쭉 눈을 돌려 보면 캠프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캠프가 이렇게나 커졌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캠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을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투여됩니다. 캠프가 너무 과밀한 상태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지을 공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난민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10배 넘게 커졌습니다. 우리는 병상 50개 규모의 병원 1곳과 외래환자 센터 2곳을 운영했었는데요. 지금은 병원 5곳을 운영하면서 병상 300개가량을 두고 있고, 캠프 전역에 보건지소 약 20곳을 두어 기본적인 의료 사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만나는 환자가 최대 1만5000명에 달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지역사회 파견팀을 두어 계속해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전염병 전조가 나타난다 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거죠. 나아가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을 더 공급하기 위해 식수위생 활동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부딪치는 어려움들은 사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지금 저희는 장마철이라는 어마어마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1년에 3개월 정도 폭우 속에 완전히 잠기는데요. 이 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장맛비가 내리면 지금 수만 명이 살고 있는 땅에 진흙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지역이 계단식 언덕인 데다가 나뭇가지들도 취사 연료로 쓰느라 다 꺾어 버린 상태라 몹시 위험합니다.

현재 수만 명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 비가 내리면 침수 지대가 생길 것이고 결국 사람들이 지은 집은 버텨내질 못할 겁니다. 그러면 수천 명은 지금 받고 있는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될 겁니다. 피난민 캠프에서 또 다시 피난을 떠나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부딪친 문제는 사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접근이 어려워지면 기본적인 외상 대응도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임신한 여성들이 산부인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요. 여성들이 의료 시설에 가지 못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분만할 때 아기와 산모 모두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캠프 내 식수위생 상황은 정말 열악합니다. 이제 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그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비가 오면 화장실이 범람해 공공 장소로 오수가 흘러나갈 것이고, 그러면 수인성 질환의 위험이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염병 발병에 대비해 치료센터들을 짓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이나르고나의 국경없는의사회 디프테리아 치료센터에서 항독소 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의 모습 ⓒAnna Surinyach/MSF

사람들이 밀집된 환경에서 살다 보면 전염성 질병 위험이 커지는데요. 뎅기 발병의 위험도 있고 홍역 · 디프테리아 · 간염이 재발할 수도 있으며 결핵 · 백일해 환자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인도주의 단체들은 캠프에 살고 있는 로힝야 난민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