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처음 개발된 신약들은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4년부터 체첸 보건부와 협력해 결핵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은 결핵의 진단 및 치료, 검사 서비스 제공, 보건 교육, 나아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담 및 심리사회적 지지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활동했다.
이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근 50년 만에 처음 개발된 결핵 신약 2종(베다퀼린∙델라마니드)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였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약들을 프로젝트에 들여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체첸에서 진행되는 우리 결핵 프로그램에 등록된 환자 156명은 베다퀼린, 델라마니드, 혹은 이 2종을 모두 조합해 사용하는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들 대부분이 그 외에 별달리 기댈 수 있는 치료적 대안이 없는 상태였고, 이 치료가 아니라면 생존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로부터 매우 희망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약제내성 결핵 환자 엘시(64세)∙자우르벡(64세)
약제내성 결핵 환자 엘시(64세)∙자우르벡(64세)은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청년 시절 군에서 함께 복무했던 엘시와 자우르벡이 병원에서 서로를 다시 만났다.
체첸 공화국 우루스-마르탄 지역 내 게키 출신인 엘시(64세)는 네 아이의 아버지다. 그는 2003년에 당뇨 진단을 받았고, 2013년에는 다제내성 결핵(MDR-TB)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약에 내성을 보여 2015년 3월에 입원하게 되었다. 2015년 당시 체첸 공화국에서 활동하던 국경없는의사회는 각종 검사, 처방, 상담 등을 제공하며 결핵과 당뇨를 함께 앓는 환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체중이 20kg이나 늘었어요. 지금은 다 좋아요. 땀도 안 나고 기침도 안 나요. 우주 비행사도 할 수 있겠어요! 무엇보다도 당 수치가 이제는 안정적이에요. 이제 그 병은 지나간 것 같아요. 복용한 약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치료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몰라요. 국경없는의사회에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_ 엘시
2016년 7월부터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치료를 받아 온 자우르벡(64세)은 결핵 외에도 C형 간염 진단도 받은 바 있다. 치료 초기에는 부작용도 심했지만,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이제 간염은 완치했고, 결핵 치료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자우르벡은 최신 결핵 치료제 베다퀼린, 델라마니드를 사용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거의 걷지도 못하고 숨도 차고 그랬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요. 밖에 나갈 수도 있죠. 보세요,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손주가 12명이나 되는데, 그 녀석들을 두고 제가 어떻게 떠날 수가 있겠습니까?” _ 자우르벡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마카(39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마카(39세)는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과거 아랍어 교사로 일했던 마카는 체첸 공화국 샬리 지역 내 아브투리에 살고 있다. 2016년 4월에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진단을 받은 마카는 입원 2주 뒤부터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시작했다. 마카는 최신 결핵 치료제 베다퀼린을 사용하는 치료를 받았고, 이제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되었다.
“치료는 잘 되고 있어요. 식구들도 힘을 보태서 모든 일을 도와줘요. 어머니는 ‘약은 잘 챙겨 먹은 거지? 잘 먹어야 한다.’ 하시며 하루에도 몇 번씩 제게 물어보세요.
물론 마카는 치료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치료를 받는다는 건 많은 이들에게 힘겨운 과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 그래도 젊잖아요. 하지만 어르신 환자 분들도 있어요. 70~80세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도 있죠. 그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분들이 견뎌내기에는 정말 힘겨운 과정이거든요. 치료 부작용이 없기를 바랄 뿐이에요. 병원에서 어르신 환자 분들을 볼 때면 속으로 이런 기도가 나오곤 했어요. ‘부디 저 때문에 제 어머니까지 아플 일은 없게 해 주세요. 제게서 다 끝나게 해 주세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줄라이캇(20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줄라이캇(20세)은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줄라이캇은 체첸과 이웃한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이다. 2년 반 전에 약혼을 했는데, 4개월 후에 다제내성 결핵(MDR-TB)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뒤인 2015년 11월에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진단을 받아 베다퀼린을 사용하는 새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2017년 5월 이후로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제가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우리 부모님이 제 약혼자 가족을 찾아가 그 사실을 알렸어요. 그분들이 저를 거절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분들은 상황을 잘 이해하시고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결핵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고 너는 젊으니 치료를 받으려무나. 다 잘될 거야. 우리가 기다릴게.” 병원에 있을 땐 가끔 제게 전화를 걸어 제 안부를 물으시기도 했어요.”
“아무쪼록 다른 환자 분들도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약을 잘 챙겨 먹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모든 일은 잘 풀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