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이 필요한 위기 발생 시 최대한 신속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긴급 위기가 아닌 만성적인 위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장기적으로 보건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까? 국경없는의사회 차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누어 코넬리슨(Noor Cornelissen)은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획기적인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ilence can kill, 침묵은 살인과 같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인도적 지원 담당관으로 활동하면서 콩고민주공화국 남부에서의 높은 의료적 필요 및 인권 침해 실태에 관한 증언을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민간인을 향한 폭력과 특히 여성에 있어서 제한된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이러한 증언 활동이 매번 생명을 구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침묵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에 부조리를 마주할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목소리를 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활동한 지 7년이 지났을 때 전 차드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실라(Sila) 지역에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서 팀을 이끌고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수단의 다르푸르(Darfur)와 맞닿은 지역으로 수많은 수단 및 차드 피난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분쟁이나 기후변화로 실향민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나라는 이곳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라에서 생활하는 피난민은 실향으로 인해 취약해졌을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접근성 또한 차단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에서도 이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침묵의 위기
언론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차드에서는 위기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나라는 이곳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의 다양한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병원과 진료소에서 운영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차드 영양실조 프로젝트 (2022년 1월 19일) : LINK
하지만 위기가 잦아들고 프로젝트가 종료된 뒤에 또 다른 의료적, 인도적 필요 규모가 다시 빠르게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에서도 증언 활동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증언 활동보다는 현지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가 개입하고 난 후 상황이 악화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예컨대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난 후 현지 주민들이 무상 의료서비스에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결국 기존 비공식적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아플 때 의료지원을 적극 모색하는 행동 양상이나 지역사회 보건에 대한 책임 의식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몇 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역학조사관 및 인류학자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이 장기화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실라에서 진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에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지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에서 증언활동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증언활동보다는 현지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1. 현재 비공식적으로라도 보건의료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가?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줄 수 있는가?
2. 지역사회별로 맞춤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3. 국경없는의사회는 정해진 기간만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해야만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한 접근법은 혁신적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병원에서의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에 집중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상호적으로 도움을 주며 이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