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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 서해안 임신부들의 생명선

2025.01.24

제가 남편에게 말했어요. 저는 당뇨가 있으니 다시 출산할 때는 무사하지 않을 것 같다고요.” 

네가 압달라흐 알리(Negah Abdallah Ali)는 모카 종합병원(Mocha General Hospital)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병동에서 이제 막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의 이름은 아쉬라프(Ashraf)다.

화창한 월요일 오후, 예멘 서해안가에서 바깥은 섭씨 35도로 무더운 날씨지만 산후치료실 안에서는 네가를 비롯한 산모들이 에어컨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창문 밖으로는 병원 너머 일렁이는 홍해가 보인다.

모카 모성병동 앞으로 보이는 홍해 ©Julie David de Lossy/MSF

올해 35세인 네가는 당뇨 외에도 고혈압을 앓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임신 및 출산 관련 위험을 증가시키는 질환이다. 네가는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병동에 찾아오는 수천 명의 임산부 중 한 명이다. 분쟁 피해를 입은 대다수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예멘도 의료시스템 붕괴를 겪었다. 이로 인해 특히 여성과 아동이 여러 복합적인 의료보건 위험에 노출된다. 가령 모카(Mocha) 지역에서는 임신부들이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서해안 전역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유일한 모성 및 소아과 병동이에요. 이곳에는 50만 명이 조금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_앤 판 하베르(Ann Van Haver) / 국경없는의사회 조산 활동 책임자

2024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성보건 서비스를 모카종합병원에 통합시켰다. 이를 통해 신규 종합 산과 및 신생아 치료 병동을 마련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모성병동에는 분만 및 산후 치료를 위한 병상 28개가 있으며, 신생아 및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도 포함되어 있다. 이전하기 전에는 2022년 모카 지역에 설치된 야전병원에서 모성 치료를 제공했다.

모카 종합병원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병동에서 여성 분만을 지원중인 조산사 ©Julie David de Lossy/MSF

예멘 서해안은 북쪽과 동쪽으로 전선을 두고 있는 외곽 지역이다. 고위험 또는 임신 합병증을 앓는 임신부들은 모카에 있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3시간 거리를 차로 이동하기도 한다. 분만하면서 산과적 합병증을 앓을 확률이 15%인데, 이러한 합병증은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예멘 서해안 여성들이 겪는 위험과 합병증은 쉽게 예방 가능하지만, 일관되고 접근 가능한 산전 및 산후 치료 서비스 없이는 임산부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예멘 서해안에서는 보건센터가 장비 및 숙련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보건센터 수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열악한 도로 위에서 장거리 이동해야 한다.

예멘에서 임산부들은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대부분은 전쟁으로 인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의료센터에 접근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진 상황에 기인합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병동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서해안의 많은 지역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_알타프 알 와히디(Altaf Al Wahidi) /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병동에서 근무하는 28세 조산사

임산부들이 앓는 합병증은 환자가 병원에 적시에 도착하기만 하면 의료진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 조산 활동 책임자 앤 판 하베르는 환자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1차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해안 지역 인구를 고려하면 매달 약 1,300명의 여성이 출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약 250건의 출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매달 천 명의 여성이 기타 장소에서 출산하고 있는 것인데, 현재 그게 의료보건시설은 아닌 것입니다. 이 때문에 침습성 치료가 필요한 합병증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_앤 판 하베르

여성들이 서해안가에 위치한 병원에 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분쟁으로 인한 계속되는 실향, 이동 경로 곳곳에 있는 검문소, 열악한 경제 상황, 제왕절개를 포함한 모든 의료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서 남성 가족원의 공식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 등이다.  이로 인해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고, 산모와 아기의 생명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올해 16세인 파테마(Fatema,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 처리)는 진통을 느끼자마자 병원으로 갔지만 출산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녀는 몇 시간 뒤에 집으로 돌아갔고, 결국 집에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갑작스럽게 출산하게 되었다.

무사히 출산해서 아기도 건강하지만 이후에 약간의 출혈이 있었어요. 아침에 병원에 다시 가서 출혈을 멈추기 위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어요. 통증이 사라지고 이제 곧 퇴원해서 아기를 만날 생각하니 기쁘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어요.” _파테마 

산후치료실에서는 보건교육자 바쉬라 세케크(Bashira Seqek)가 방문하여 네가에게  파라세타몰 중독, 모유 수유의 장점, 가족계획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한편 복도에서는 그녀의 남편 알리 압달라흐 알리(Ali Abdallah Ali)가 자랑스럽게 쳐다보며 하루 된 아들을 품고 있다.

2024년 11월 모카 종합병원 모성병동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압달라흐 부부 ©Julie David de Lossy/MSF

모카에서 모성병동이 문을 연 이후로 모든 치료가 제공되고 있고, 이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100% 신뢰하고 있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모성치료가 필요한 문제가 생기면 이곳에 와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요.” _알리 압달라흐 알리

모성병동에는 의료진 외 남성 출입이 금지된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조산사들의 움직임에 맞춰 여성들의 존엄성과 연대가 있는 세상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모성보건 서비스가 모카종합병원으로 이전한 이후로 이곳에서  1,600명이 넘는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