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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약국’에 가해진 두 차례 정면공격

2012.09.27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우니 카루나카라 박사(Dr Unni Karunakara)

카르멘(Carmen)은 모잠비크(Mozambique)에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에이즈(HIV)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급받은 저렴한 치료제 덕분에 행복하게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달, 카르멘과 개발도상국 수 백만의 다른 환자들의 미래가 인도 법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스위스의 노바티스(Novartis)와 독일의 바이엘(Bayer) 두 개의 다국적 제약회사는 인도가 저렴한 의약품, 특히 암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각각 법정으로 향한다.

왜 카르멘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법정 싸움의 결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문제의 치료제는 카르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질병인데도 말이다.

자신도 모르고 있겠지만 카르멘은 이 사례에 기득이권이 있다. 제약회사측에 유리한 판결이 난다면 이는 인도가 제조하는 저렴한 의약품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올 것이다. 카르멘 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백만 명의 환자들이 이런 저렴한 의약품에 의지하고 있다.

인도 특허법과 노바티스의 법정 분쟁

노바티스 분쟁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바티스가 글리벡(Glivec)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했던 백혈병 치료제 이매티닙 메실산엽(imatinib mesylate)에 대한 특허 연장을 거부당했다.

인도의 특허법은 상당한 ‘치료적 효능’을 보이지 않는 한 새로운 형태의 기존 의약품에 대해 특허를 얻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알약 3정을 하나에 넣거나, 알려진 산업 관행을 이용해서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은 인도에서 신규 특허 20년을 보장받기에는 충분히 혁신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인도 법의 정신은 신약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장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거대 제약회사들이 제약 산업에서 일반적인 관행인 ‘신약특허연장전략(evergreening)’을 과도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에도 있다. 이 전략은 한가지 의약품에 대해 별개의 특허를 여러 개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각각의 특허가 한가지 의약품의 다른 특징과 연관되어 있다.

수익성이 좋은 게임이지만 치명적인 것이기도 하다. 독점에서 나오는 의약품의 높은 가격은 삶과 죽음의 차이를 뜻하기도 한다.

특허를 가진 독점 기업들이 방해 하지 않는다면 활성화 될 여러 제네릭(generic, 복제약) 제약회사간의 경쟁이 의약품 가격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도 제약회사들간의 경쟁으로 2001년, 환자 당 연간 47만 루피 (한화1,100만원)를 호가하던 HIV 치료제 항레트로바이러스 (ARV)약의 가격이 오늘날 약 8,300 루피(한화 173,000원)로 떨어졌다.

이러한 의약품의 가격 하락은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치료제 공급자들을 통한 HIV치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 날, 8백만의 사람들이 치료제를 공급받아서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으며 카르멘 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6년간 노바티스는 인도 특허법에서 특허자격의 엄격한 기준을 없애기 위해 소송을 시도했다. 이제 노바티스는 대법원까지 왔으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자 한다. 법이 위헌 판결을 받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 법의 요점을 공격하려고 한다. 노바티스는 공중보건 혜택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법을 해석하고자 한다.

의약품의 특허 장벽을 법적으로 차단해서 인도는 양질의 합리적인 가격의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약국’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오늘 날, 카르멘과 같은 개발도상국 전역의 사람들은 인도가 수출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23개국 22만명 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의 80% 이상이 인도에서 생산된 것이다. 노바티스는 이를 위험에 처하게 하려고 한다. 노바티스가 승소하게 되면 인도는 의약품에 더 많은 특허를 부여하게 된다. 그 결과, 한 가지 의약품이 여러 개의 개별적인 특허로 보호받게 되며 합리적인 가격의 제네릭 의약품 공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강제 실시권과 바이엘

그러면 바이엘은 어떤가? 노바티스와 인도 간 특허의 자격에 관한 중대한 법적 공방이 최고조에 달할 때, 바이엘은 이미 특허를 받은 값비싼 의약품에 대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인도의 노력을 봉쇄하려고 했다.

제약회사들의 과장 선전이 이 사실을 종종 덮으려고 하지만, 인도는 분명히 특허를 주고 있다. 현재, 노바티스도 해당되는 사실이지만, 인도는 의학적 혜택이 큰 의약품에만 특허를 부여하고 있다.

사실 상 이미 인도에서 많은 HIV 신약들이 특허를 받았다. 이로 인해 저렴한 제네릭 생산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이미 접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예를 들면, 국경없는의사회가 뭄바이 진료소에서 사용하는 HIV 치료제 중 하나인 랄테그라비르 (raltegravir)의 비용은 환자 1 명당 연간 10만 루피(한화 약 200만원)인데 그것도 칵테일 요법에 필요한 세 가지 약 중 하나에 드는 비용이다. 제조사가 한 군데 밖에 없어서 원하는 가격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 시각에서 의약품 가격이 이렇게 높으면 치료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도록 확대할 수도 없고 장기적으로 치료제를 복용시킬 수 없게 된다.

높은 가격이나 공급 부족으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차단되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가지 해결책은 전 세계 특허법의 법적인 제도인 ‘강제 실시권(compulsory licence)‘이다. 강제 실시권이란 가격이 낮은 제네릭 생산을 허가하고 제네릭 제조업체가 그 대가로 특허 보유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역사적인 판결로 인도에서 강제 실시권이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제네릭 제약회사는 바이엘이 특허를 가지고 있는 간암 과 신장암 치료제인 소라페닙 토실레이트(sorafenib tosylate)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는 바이엘이 해당 치료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시되었다. 넥사바(Nexavar)라는 상품명을 가진 바이엘의 치료제는 한 달 분에 28만 루피(한화 약 58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새로운 제네릭은 한달 치 가격이 97% 하락한 8,800루피(한화 약 18만원)이다.

이 판결은 선례를 남겼고 낮은 가격의 제네릭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암 환자뿐만이 아니라 HIV나 다른 질병 환자용 제네릭 생산이 인도에서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바이엘은 항소했다. 바이엘은 자사 제품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현실에 대응하는 대신 맹목적으로 독점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의 방법을 택했다. 항소심리가 9월 초에 있었으며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재판의 결과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노바티스가 승소하면 인도에서 혁신의 기준이 낮아지고 단기간에 특허 등록이 만연해 질것이며, 노바티스와 같은 기업들이 이미 공공영역에 있는 의약품의 특허를 받기가 수월해 질 것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제약회사들이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날짜를 미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이엘이 승소하면 특허약의 저렴한 제네릭 생산이라는 잠재적 분수령이 될 기회의 문이 닫히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인도와 개발도상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의 의약품을 이용하게 된다. 노바티스와 바이엘이 승소하게 된다면 카르멘을 비롯한 다른 환자들은 생명을 위해 필요한 의약품의 가격이 높아져서 이를 부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법률언어 뒤에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