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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 태풍 하이옌이 떠난 지 열흘.. 그리고 마주한 어려움들

2013.11.20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거의 열흘이 지난 현재, 공항, 항구, 도시에는 구호 단체들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외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긴급구호를 전달하는 데에 운송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필리핀의 상황을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캐롤라인 세귄(Caroline Seguin)에게 들어보았다.

태풍 피해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150여 명의 스태프와 수백 톤의 구호 물품을 필리핀에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매일 수백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지역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운송상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거센 폭우와 봉쇄된 도로

처음에는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악천후, 태풍 피해의 잔해로 봉쇄된 도로 때문에 구호 활동에 차질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항공편으로 스태프와 구호 물품을 수송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타클로반(Tacloban)과 같은 도시와 공항의 치안 확보뿐만 아니라 피해 지역에서 주민 대피 및 부상자 수송을 위해 필리핀 군에 탑승 우선권이 주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업용 및 민간 항공 운항이 재개되면서 공항은 밀려드는 긴급구호로 분주해졌습니다. 우리는 선박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해봤지만 피해 지역에 닿기까지 때로는 30에서 40시간이 걸리는 등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꽉 막힌 공항

이러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의 소규모 공항의 물류 수용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이들 공항은 이 정도 물량을 처리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밀려드는 엄청난 양의 화물을 하역, 적재할 인프라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물론 들어오는 것이 사람과 화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해 지역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비행기도 많습니다.

부상자 대피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중증 부상자들은 대부분 지난 주에 이미 대피했습니다. 부상자는 아니지만 함께 대피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대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대개 그만큼 금전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만이 피해 지역에 남게 됩니다.

연료 부족

연료 부족 문제도 심각합니다. 사마르 섬 동쪽 기우안 지역에는 연료가 바닥났습니다. 우리는 지방의회에서 대여한 차량을 공동으로 사용했었는데 도시 외곽으로 나갈 수 있을 만한 연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공편으로 기우안 지역에 차량을 운송하는 한편, 연료도 세부에서 공수해오고 있습니다. 일단 연료가 확보되면 아직까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마르 섬 동쪽 및 남쪽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고립된 지역들에도 접근이 가능할 것입니다.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현지 자원봉사자들

피해 지역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까지, 필리핀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긴급 구호 활동의 가장 큰 힘입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자원하여 봉사하거나 운전기사가 되어주는 사람들, 식량 배급을 지원하고, 자신의 건물이며 차량, 보트를 내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눈부십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우리를 포함한 국제 단체의 구호 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팔로(Palo) 지역에서는 군수가 자신의 차량을 연료를 가득 채워서 우리에게 쓰라고 내줬고 보건부는 숙박을 제공해주었습니다. 한 다이빙 회사는 우리가 세부에서 기우안까지 물품을 수송할 수 있도록 보트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대피소가 된 학교와 실내운동장

타클로반의 상황은 말 그대로 재앙입니다. 일부 병원은 멸균 시설도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품도 부족합니다. 환부 감염 환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타클로반 남쪽 팔로의 한 보건소의 경우 찾아오는 환자의 70%가 환부 감염 때문입니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깨끗한 물 부족 때문에 설사 질환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학교며 실내운동장에 모여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니즈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혀 지원이 닿지 않고 있는’ 일부 외딴 지역들

지금 현재 대부분의 구호 활동은 타클로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지역의 니즈도 방대합니다. 하지만 팔로, 타나우안(Tanauan), 톨로사(Tolosa)를 비롯해 타클로반에서 몇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구 5만5천 명의 톨로사 지역에는 보건소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탈라완(Talawan) 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 이곳에는 보건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외딴 지역으로 조금 더 들어갈수록 지원 규모는 더 줄어듭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매일같이 폭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길에서 잠을 청하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태풍 피해 직후부터 긴급 구호 지원 규모며 역량 면에서 크고 작은 여러 단체들이 밀려들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물량이 적어서 겨우 2주에서 3주 정도만 활동할 단체들도 있습니다.

식량 및 식수 부족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식량 부족 문제를 호소합니다. 깨끗한 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긴급 상황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수용, 세면용, 취사용으로 하루에 최소 20리터의 깨끗한 물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작은 플라스틱 물병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직 비가 많이 내리고 있기 때문에 피난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텐트 배포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연료 부족으로 운송이 불가능해 빨라도 이번 주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개인 위생 키트, 취사도구 등 기본 필수 구호 물품도 배포할 예정입니다.

심각한 의료 니즈

너무도 많은 보건시설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기 때문에 의료적 니즈가 심각합니다. 특히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에 호흡기계 감염 질환, 폐렴, 수인성 질환 위험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파나이(Panay), 기우안, 오르목(Ormoc), 타클로반, 부라우엔(Burauen) 등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1차 의료 및 병원 서비스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우안에는 태풍 피해를 입은 협력병원 부지에 텐트형 병원이 세워졌습니다. 타클로반에는 이번 주중으로 공기 주입식 텐트 병원이 세워지면 응급실, 입원 병동, 수술실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고위험 분만 임산부가 안전하게 출산을 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만한 곳이 없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급하게 임산부, 산모, 산부인과 병동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심리치료 니즈도 방대합니다. 때문에 모든 국경없는의사회 팀에는 심리치료사 또는 심리학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 치료는 우리의 대응에서 아주 중요한 측면입니다.